전시(戰時)작전통제권 전환 연기는 이명박 정부가 출발부터 내세운 '노무현 대못 뽑기' 과제의 하나다. '노무현 정부가 서둘러 결정한 전작권 전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우파 지지세력의 주장을 일찌감치 수용한 것이다. 전작권 전환 연기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우파세력은 지금까지 서명운동에 약 1010만명을 동참시켰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압박'에도 불구하고 대미 협상을 서두르지는 않았다. '전작권을 언젠가는 되돌려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바탕에 깔고 있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군이 (전작권 전환을 빨리 연기시킬 경우) 독자적인 능력에 대한 준비를 아예 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준비를 해 나가는 과정에서 (전환을) 연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남북통일 시(時) 등 앞으로 상당 기간 전작권 전환이 불필요하다는 일부 우파들의 입장과는 달리, "전환 시기를 적절한 시점까지 늦추면 된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었던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일부 강경 우파 세력과 자주국방 차원에서 전작권의 조기 전환을 주장하는 좌파 세력 간의 중간지대에 전작권 전환 해법의 좌표를 설정했다.

이명박 정부는 우선 노무현 정부와 부시 행정부가 전작권 전환 시점으로 정한 2012년 4월이 안보환경과 양국 군의 준비 태세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시기상조"라는 논리로 오바마 행정부를 설득했다.

中·러·日·獨정상 만난 李대통령…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저녁(현지시각) 페어몬트 로열 요크 호텔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 및 리셉션에서 각국 정상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 위부터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간 나오토 일본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 대통령.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012년엔 한국과 미국, 러시아에 대선이 있고 중국 주석의 임기도 종료돼 한반도 주변정세가 불안해질 요소가 있다. 더구나 북한이 강성대국을 선포한 해"라고 말했다. 장광일 국방부 정책실장은 "2012년 전략상황을 평가해보니 불안정성이 증대했다는 우리측 평가에 미국측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연기 원칙만 정하고 연기 시점은 차기 국방장관회담으로 넘기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례적이긴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기를 특정(特定)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연기 시기를 못박지 않을 경우 소모적인 논란이 지속될 수 있고, 특히 국내 좌파세력이 '군사주권'을 거론하며 총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연기 시점을 둘러싸고 한미 양국 간에는 초기에 이견이 있었으나 어렵지 않게 2015년으로 수렴됐다"고 말했다. 김성환 수석은 "우리 군의 지상군 작전 사령부가 2015년 창설되고 주한미군 기지가 용산에서 평택으로 이전되는 시기도 2015년"이라고 했다.

현재 우리 군의 전작권 전환 준비 태세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국방부가 다소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김성환 수석은 "우리 군의 독자적인 정보 획득 능력, 전술지휘통신체계, 자체 정밀타격 능력을 갖추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데 실제로 해보니까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했다. 그러나 장광일 정책실장은 "현재 전작권 전환 이행상황은 65% 정도"라면서 "우리 군의 이행 준비가 잘못됐다거나 한국군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다만 장 실장은 "2015년 말이면 우리 군이 더욱 주도적으로 전작권 행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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