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해양위에서 부결된 세종시 수정안을 본회의에 부의(附議)하기 위한 한나라당 친이(親李)계의 서명 작업이 주춤하고 있다. 주류 측은 100명까지는 서명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60명을 조금 넘는 정도다. '역사의 기록 차원에서 수정안을 반드시 본회의에서 다뤄야 한다'는 청와대의 명확한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친이 초선들의 거부감이 만만치 않다. "부결될 게 뻔한데 당내 갈등만 부추긴다"는 걱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 임동규 의원이 돌리고 있는 '부의 요구 서명서'에는 첫날인 23일 50명이 서명했다. 부의 요건인 30명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24일까지 56명, 25일 현재 62명이 서명해 참여속도는 현저히 줄었다. "주말까지 100명을 목표로 서명을 받은 뒤 28일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것"이라던 임 의원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70명가량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은 168명. 이 가운데 친이계가 90명에 달하는 만큼 세종시 수정에 찬성하는 일부 중립성향 의원까지 포함하면 '100명 달성'은 어렵지 않은 목표였다. 그러나 "누가 진짜 자기편인지 일종의 줄세우기 차원에서 서명을 받는 것"이란 말이 돌면서 역풍이 불었다. 특히 6·2 지방선거 패배 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연판장에 서명했던 친이계 또는 중립 성향 초선 쇄신파들의 문제제기는 거세다.
초선 쇄신파의 리더 격인 김성식 의원(중립 성향)은 이날 언론 인터뷰 등에서 "30명만 되면 부의가 가능한데, 100명까지 채우겠다는 것은 일종의 줄세우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정부나 청와대 참모들이 본회의까지 올려야 한다고 자꾸 입을 떼니까 뭔가 다른 생각이 있는 게 아닌가란 의구심을 낳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친이 직계인 김용태 의원은 "지방선거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서명하지 않았다"고 했고, 김영우 의원도 "세종시 수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할 경우 친이·친박의 계파 싸움까지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친이계의 한 의원은 "본회의에 올라오면 수정안에 찬성은 하겠지만, 본회의 표결은 결국 '나는 친이' 또는 '나는 친박'이라고 서로 도장 찍는 것밖에 더 되느냐. 옳고 그름을 떠나 그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 국민이 한나라당을 뭐라고 보겠는가"라고 했다. 다른 친이계 초선의원도 "세종시 수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도 아니고, 부결될 줄 알면서 하는 것은 당내 갈등을 부추기는 것 같아 서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서명을 주도하고 있는 임동규 의원은 "직접 서명을 받으러 돌아다니지 않는데도 60명을 넘긴 것은 적지 않은 숫자"라며 "뒤에서 불만만 말하지 말고 본회의장에 나와서 자신의 의견을 떳떳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