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1912~54)은 방독면을 쓴 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던 괴짜 천재였다. 그는 바퀴 회전수를 헤아려 체인이 톱니에서 벗겨질 시점을 예측한 뒤 미리 자전거를 세우곤 했다. 2차대전 중엔 현대 컴퓨터의 원형 '튜링기계'를 만들어 나치 독일 암호체계 '에니그마'를 해독해냈다. 미국보다 앞섰던 영국의 컴퓨터 개발은 동성애자인 그가 전후(戰後)에 외설죄로 체포되면서 중단됐다.

▶판사는 튜링을 감옥에 가두는 대신 동성애를 치료하기 위한 화학적 거세(去勢)를 선고했다. 튜링은 여성호르몬제 주사를 맞아야 했다. 달리기를 좋아해 야위었던 그는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서 뽀얗게 살이 오르고 젖가슴이 불어났다. 그는 부작용과 굴욕에 시달리다 자살했다. 곁에는 독약 묻은 사과가 한 입 베어 물린 채 나뒹굴어 있었다. 컴퓨터회사 애플의 한 입 먹힌 사과 로고는 '컴퓨터의 아버지' 튜링의 독사과라는 얘기가 나돈다.

폴란드 정부가 지난 8일 화학적 거세법 시행에 들어갔다. 어린이나 직계 가족을 성폭행하는 악질 범죄자에게 여성호르몬제 주사를 맞히거나 남성호르몬 분비를 막는 약을 먹인다. 몸에 칼을 대지 않은 채 성욕을 떨어뜨리고 성기능을 마비시키는 현대판 궁형(宮刑)이다. 덴마크가 1973년 시작했고 스웨덴·캐나다·스위스·독일과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 10개 주(州)가 뒤따랐다.

▶화학적 거세로 재범률이 40%에서 3~5%로 떨어졌다는 보고가 있는가 하면, 거세당한 범죄자 재범률이 여느 성범죄자 재범률과 다르지 않다는 연구보고서가 있다. 거세가 성도착증에 대한 치료냐, 범죄에 대한 형벌이냐는 논란도 있다. 처벌이라면 법이 금하는 신체형벌이기 때문이다. 화학적 거세는 우울증, 치매, 골다공증, 간기능 이상 같은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한다.

▶악랄한 어린이 성폭행사건을 접할 때마다 범인을 죽이고 싶은 게 모든 부모 마음이다. 그때마다 나라가 들끓는데도 조두순·김길태·김수철 사건이 끊이지 않자 그제 정부·여당이 화학적 거세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전자발찌와 신상공개만 철저히 해도 재범률을 낮출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22만원 하는 호르몬제 주사를 4주마다 맞히려면 한 명에게 한 해 300만원씩 모두 200억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찬반을 떠나 인간 쓰레기들에게 피 같은 세금을 쓴다는 게 달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