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꿈 꾸고 싶어요.”
흘러간 구름을 되찾고 싶어했다. 남들이 기억해줘 이만큼이라도 활동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은 ‘추억의 스타’가 돼버린 키 180cm의 ‘원조 꽃미남’ 김진(본명 김경진· 37)의 바람이다.
24일 오후의 햇볕이 기분 좋게 내리는 조선일보 미술관 앞 벤치에서 김진과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의 속마음은 답답해 보였다.
“일하면 뭐하나...” 숨어살기도
김진은 1993년 CF 모델로 데뷔해 이듬해 ‘좌회전’이란 댄스그룹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96년 MBC 일일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으로 스타덤에 오르면서 제대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김진은 당시의 순간을 줄줄 떠올린다. “송승헌도 신인이었고, (신)동엽이 형은 연기 과외도 해주고, 홍경인 이의정 이제니과 즐겁게 지냈다.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더라는 말, 남의 일이 아니더라.”
김진에게는 그 기억들을 손가락 꼽아가며 기억해내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는 ‘남자셋 여자셋’에 캐스팅되기 전까지 단 한번도 연기를 배운 적이 없는 뜨내기 연예인이었다. 당시 곱상한 외모로 캐스팅됐지만 정작 연기력은 부족했다. 대사는 줄었고 겨우 ‘안녕’이란 한마디에 의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진은 ‘안녕맨’이란 예상치 못한 별명을 얻으면서 하루아침에 부와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남자셋 여자셋’으로 너무 쉽게 스타란 칭호를 받았던 게 탈이었다. 김진은 “정통 연기처럼 굵직한 선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어떻게 보면 금간 데 시멘트 덧칠하고 빨리빨리 메우는 연기였다. 그게 세월이 흐르다보니 금이 가기 시작했고, 결국 다음 작품들에 영향을 미치며 서서히 용기를 잃어 갔다”며 후회했다.
김진의 공백기는 2년에 걸쳐 한번씩은 찾아왔다. 그 기간도 3개월에서 1년으로 늘었다.
“지난해 MBC 드라마 ‘하얀 거짓말’이 끝나고 300일은 아무런 대책 없이 살았어요. 3일간 집밖에 나가지도 않고 잠만 잔 적도 있죠. 안정적이지 못한 직업이었고 후배들에게 밀려나면서 연예계의 힘이란 이런 것이구나 느끼면서 이 바닥을 떠나고 싶었어요.”
어머니 생각. 결혼 생각
연예인 하겠다고 부산을 떠나는 아들은 눈물을 흘리던 어머니를 외면했다. 지금 방황하는 자신의 모습이 더욱 씁쓸하고 죄책감이 밀려오는 이유다. 불혹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 모든 것들은 그의 책임이 됐다.
얼마 전 KBS 퀴즈프로그램 ‘1:100’에 100명 중 한명의 패널로 출연해 방송 활동을 재개했다. 김진은 “1년간 계획 없이 살면서 정체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 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어깨에 쌓여가는 비듬을 털어내며 어머니가 많이 떠올랐다. 사람은 일을 해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제 미래도 걱정이 됐고요. 이젠 진심으로 결혼하고 싶어요. 내 아이를 낳아줄 수 있는,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여자와 말이죠. 지금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웃음). 지금은 다시 방송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감만으로도 즐거워요. 다시 꿈을 찾은 기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