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현 엔터테인먼트부 대중문화팀장

"인기 연예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용서가 되나요?", "표절 앨범을 산 사람들에 대해서는 누가 배상을 해 주나요?" 하루 전 자신의 최근 앨범 수록곡 14곡 중 6곡이 표절이었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당분간 후속곡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가수 이효리가 21일 SBS TV 새 오락 프로그램 녹화에 참여했다. 제작진은 "이번 표절 논란이 이효리 본인의 잘못으로 빚어진 게 아닌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 하지만 대중들 생각은 다르다. 네티즌들은 자신도 표절 작곡가에게 속은 피해자라는 사실을 앞세우는 이효리와 이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제작진에 대해 거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비슷한 사안에서 끝까지 '오리발'을 내미는 다른 가수들과 달리 본인이 직접 나서 고백을 했다 해도 한 가수의 앨범 절반이 외국 곡에 대한 표절이었다는 건, 한국 가요사에 길이 남을 수치(羞恥)다. 이효리는 "회사를 통해 받은 곡이라 의심을 하지 못했다. 작곡가 바누스에게 깜박 속았다"고 하지만 이번 앨범을 홍보하면서 스스로를 엄격한 프로듀서로 정의해왔다는 걸 감안하면 구차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는 당초 인터뷰에서 "주변의 많은 작곡가들로부터 1000여곡을 받아 엄선한 노래들로 앨범을 채웠다. 아이폰의 음악 검색 애플리케이션 '사운드 하운드'로 비슷한 곡이 있는지 검색까지 해가며 표절 여부를 확인했다"고 했지만 이젠 그 말에 대한 신뢰감도 희미해지고 있다.

표절 의혹은 4월 중순 앨범이 발표된 직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됐지만 이효리는 6월 초까지 각종 TV,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뒤늦게 밝혀진 바에 따르면, 바누스는 5월 10일 이미 "(표절 논란에 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소속 회사를 떠난 상태였다. 그렇다면 적어도 최근 40여일간은 이효리와 소속사 모두 표절에 관한 의심스러운 정황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대중을 기만했다는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사태가 가요계에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요즘 신곡을 발표하는 가수들 중 상당수는 표절 논란을 피해가지 못한다. 가수가 자기 음악으로 대중과 소통하지 못하고 팔리는 노래를 불러 한몫 챙기는 데 급급한 '기계' 신세로 전락한 탓이다. 일상의 감정을 담아 직접 만든 노래를 무대에서 들려주는 싱어송라이터는 '천연기념물' 취급을 받고 기획사의 의뢰를 받은 10여명의 인기 작곡가가 각종 가요 차트에 올라가는 히트곡 대부분을 만드는 현실에서 표절의 위험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1년에 많게는 50곡 이상을 쓰기도 한다. '자동판매기'다.

이효리의 가장 큰 잘못은 공언(公言)과 다르게 가수이자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노래, 자신의 앨범에 대한 주인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데뷔 13년차로 국내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여가수가 이렇다면 거대 기획사의 입김에 휘둘리는 다른 어린 가수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신중현은 최근 인터뷰에서 "요즘 가요계는 상업적 욕망만 넘쳐날 뿐 '트루 뮤직(True Music)'이 없다"고 했다. 깐깐한 자존심과 우렁찬 목청으로 자기 음악을 당당하게 책임지던 가수들의 시대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