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6·25'와 '천안함'을 대하는 한·미 양국의 모습이 전혀 상반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두 사건의 '관계자'인 미국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고 의회가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신속하고 적극적이지만, '직접 당사자'인 한국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막혀 오히려 소극적이고 지지부진한 대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이번주 중 6·25전쟁 60주년을 기념하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공동결의안'(Joint Resolution)을 채택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을 받을 예정이다. 이는 지난주 상·하원이 각각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6·25 결의안을 통합한 것으로, 공동결의안 형식이 되면 일반결의안과 달리 미국 일반법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이뿐이 아니다. 미국 정가는 이번주를 '6·25주간'이라고 할 만큼 6·25 60주년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주 중 6·25의 역사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추모하며,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다져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공동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24일에는 미 의회와 국방부가 각각 6·25 관련 기념식을 열 예정이다.

6·25 60주년·천안함 희생 장병 추모… 김태영 국방부 장관(맨 왼쪽)이 2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6·25전쟁 60주년 및 천안함 희생 장병 추모를 위한‘제11회 호국영령 천도법회’에 참석해 합장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해서는 지난 5월 14일(하원), 26일(상원) 각각 북한을 규탄하고 국제적인 공동대응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신속하게 의결했었다. 6·25 결의안에도 "천안함 사건은 한반도의 안정을 지키기 위한 한미동맹의 필요성을 재확인시켰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은 딴판이다. 20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원유철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천안함 규탄 결의안을 통과시켜달라는 '읍소'를 하기 위해서였다. 원 위원장은 "국제사회는 합조단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대북규탄결의안을 의결했고, 비동맹 25개국과 국제기구도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여야 간 이견으로 결의안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국회 모습은 임진왜란 때 국가안보는 아랑곳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로 날밤을 새우던 조선시대 위정자들의 모습을 방불케한다"고 했다.

이처럼 국방위원장이 공개 사정을 하고 나설 정도로 현재 우리 국회의 천안함 대북결의안 채택 전망은 불투명하다. 지난달 한나라당 박진·윤상현 의원이 각각 결의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지방선거 국면에서 결의안 이슈는 뒷전으로 밀렸다. 한나라당은 뒤늦게 이들 안을 통합한 새 안을 마련해 금주 중 국방위에 상정하고, 이번 임시국회에 채택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희생장병과 유가족 애도 ▲북한의 도발행위 규탄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촉구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조 호소 등이 주내용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결의안 내용 중 "합조단 조사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부분을 문제삼아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합조단 조사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의안부터 채택할 수는 없다. 국회 천안함특위 등을 통해 모든 의혹이 해소된 뒤에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합조단의 조사결과에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민주당의 입장을 볼 때 결의안의 '초당적 만장일치 채택'은 물건너갔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결의안 채택을 위해서는 '표결처리'밖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지난주 "모든 당이 참여하지 않아도 결의안을 채택하겠다"고 한 것은 이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방위원 17명 중 한나라당 소속은 9명이며, 결의안에 동조하는 자유선진당·미래희망연대·국민중심연합 의원이 각 1명씩 포진해 있다. 민주당(5명)이 물리적 저지를 하지 않으면 '과반수 통과'에는 문제가 없다. 본회의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다른 법안도 아니고 국민 46명이 희생된 사건에 대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찬반토론하고 투표를 해서라도 그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차선(次善)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