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라 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18일(한국시각) 막을 올린 제110회 US오픈.
10번 홀에서 경기를 시작한 에릭 콤프턴(미국·31)이 티잉 그라운드에서 서자, 정상급 선수 이상으로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그가 힘차게 티 샷을 날리자, "고(go)! 에릭"이라는 응원의 함성이 페블비치에 울려 퍼졌다. 골프 실력은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에 비교할 수 없었지만, 콤프턴은 두 차례나 심장 이식 수술을 받고도 US오픈 출전의 꿈을 이뤄낸 또 다른 '영웅'이었다.
콤프턴은 2007년 10월 미국프로골프(PGA) 2부 투어인 네이션와이드 투어 대회 도중 심장 이상으로 주저앉았다. 병원으로 실려가면서 그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힘들 것 같아요. 안녕히 계세요." 더 살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한 작별인사였다. 다행히 콤프턴은 살아났고, 7개월 후인 2008년 5월 심장이식 수술을 받으며 삶의 희망을 찾았다. 이것은 그의 두 번째 심장이식 수술이었다.
열 살 때까지도 콤프턴은 학교 야구팀에서 '가장 빠른 아이'였다. 그런데 좀처럼 감기가 낫지 않아 병원을 찾은 그에게 '바이러스성 심근증'이란 판정이 떨어졌다. 3년을 기다린 끝에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그는 자신의 말대로 '버블 보이(Bubble Boy)'가 돼 버렸다.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으면서 얼굴과 머리가 두 배 이상 비정상적으로 부어 올랐다.
콤프턴은 이 괴로움을 이기려고 골프 클럽을 휘둘렀다. "골프를 통해 자신이 운명의 피해자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고 아버지는 말했다. 골프로 활력을 되찾은 콤프턴은 미국 주니어 골프 랭킹 1위에 올랐고, 2004년엔 프로 대회인 캐나다 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착실히 골퍼의 길을 가고 있었다.
하지만 2007년 그의 심장에 다시 큰 문제가 생겼고, 운 좋게 두 번째 심장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의료진은 "(운동을 하면) 갑자기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좌절에 빠져 골프채를 모두 팔아버리기도 했지만, 콤프턴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US 오픈 같은 메이저 대회에 꼭 서고야 말겠다." 어쩌면 이것은 그에게 목숨을 건 도전이었다.
그는 필드에서 고통과도 싸워야 했다. 아침저녁으로 스무 알씩 심장약을 복용해야 하는 그는 라운딩 도중 남들보다 두 배 이상의 땀을 흘렸다. 자신의 캐디에게 "찬물을 가지고 다니면서 내 심장에 좀 부어줘"라고 농담을 하곤 했다. 콤프턴은 지난 8일 US오픈 지역 예선에서 3위 이내에 들며 꿈에도 그리던 출전권을 따냈다.
18일 콤프턴의 1라운드 성적은 6오버파 77타. 출전 선수 156명 중 공동 105위였다. 성적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페블비치에 서는 순간 이미 승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