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아공월드컵이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대표팀 은퇴 시기에 대해선 2011년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이 마지막이라고 한 바 있다.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박지성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A매치에서 그가 터트린 골은 청량제다. 10년 전인 2000년 4월5일 A매치에 데뷔한 그는 89경기에 출전, 13골을 터트렸다. 그의 골은 곧 역사였다. 늘 고비마다 터졌다. 2002년 한-일월드컵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1대0 승)에서 기록한 결승골로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16강에 올랐다. 2006년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프랑스전의 동점골은 '영원한 강자, 영원한 약자도 없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그리스전의 골도 꼭 필요한 순간에 나온 천금같은 쐐기골이다.

박지성이 A매치에서 터트린 골지도는 어떤 그림일까. 늘 맞닥뜨려야 하는 아시아와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유럽에 집중돼 있다. 아시아를 상대로 한 경기가 두 배 가까이 많지만 두 대륙 사이에 골 차는 거의 없다. 박지성은 아시아를 상대로 7골, 유럽을 상대로 6골을 터트렸다.

골을 뽑아낸 상대팀과도 묘한 전류가 흐른다. 박지성이 A매치 데뷔골을 터트린 팀은 유럽의 마케도니아다. 2000년 6월 7일 LG컵이었다. 유럽을 상대로 출발을 한 탓일까. 4호골까지 모두 유럽팀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그것도 지구촌 축구를 좌지우지하는 세계적인 팀이었다. 잉글랜드, 프랑스, 포르투갈 등에게 차례로 비수를 꽂았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드디어 기수를 아시아로 돌렸다. 독일월드컵 예선 쿠웨이트전에서 5호골을 작렬시켰다. 그리고 2006년 독일월드컵에선 다시 한번 프랑스를 상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예선에서는 아시아팀을 제물삼아 골퍼레이드가 이어졌다. 박지성에 두 골을 맞고 본선 진출에 실패한 이란을 포함한 중동팀에 4골,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에 1골을 터트렸다. 이어 2010년 남아공월드컵 직전 한-일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트린 그는 12일 그리스전에서 13호골을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온 몸이 무기였다는 것이다. 오른발잡이인 그는 오른발로 7골, 왼발로 4골, 헤딩으로 2골을 뽑아냈다.

이제 남은 것은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의 팀들을 상대로 골을 터트리는 것이다. 필요 충분 조건은 갖춰졌다. 조별리그 2, 3차전이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이다. 두 경기에서 모두 골이 나온다면 박지성의 골지도는 정점을 찍는다.

여기다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도 된다. 박지성은 현재 안정환(다롄)과 은퇴한 사우디아라비아 스트라이커 알 자베르 등과 함께 아시아 선수 월드컵 최다골(3골) 타이를 기록하고 있다. 박지성의 골은 남미와 아프리카를 정조준하고 있다.

< 요하네스버그(남아공)=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트위터@newme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