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오는 7월 영화 '이끼'로 돌아오는 충무로의 미다스 손이자 '1000만 감독' 강우석이 자신의 '페르소나'들에 대해 재치있게 설명했다.

그는 최근 재미있게 본 영화들 중 '내 깡패 같은 애인'을 꼽으며 "그 영화 속 깡패 캐릭터 모습은 박중훈만이 할 수 있는 연기"라며 "개인적으로는 흥행이 좀 더 됐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라고 애정 어린 바람을 드러냈다.

'투캅스', '공공의 적', '실미도', '이끼' 등 굵직하면서도 강 감독만의 유머가 녹아있던 그의 작품들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박중훈, 설경구, 정재영이 그의 '페르소나'라고 불린다.

이에 대해 강 감독은 웃으며 "박중훈설경구는 친아들이고 정재영은 양아들이다"라는 재미있는 설명을 했다.

그 이유에 대해 묻자 "차기작 '글로브'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추지만, 정재영은 내 페르소나라고 얘기 못한다. 왜냐하면 그러면 장진 감독이 삐친다(웃음, 정재영은 장진의 '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 '거룩한 계보' 등에 출연하며 충무로에서 입지를 다졌다). 정재영을 발굴한 감독은 장진이기에 엄밀히 말하면 장진 감독의 페르소나가 정재영이다. 그래서 박중훈설경구는 친아들이고, 정재영은 양아들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박중훈은 베테랑으로서 그 만이 할 수 있는 연기가 확실하고, 설경구는 폭발적인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끼'의 주인공인 정재영은 연기력과 함께 실생활에서도 소탈하고 연기가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지녔다고 말했다.

특히 '이끼'의 정재영은 극중 윤태호 작가의 원작 웹툰의 인기 캐릭터 천용덕 이장 역을 맡아 70대 노인 분장 열연을 펼친다. 원작 팬들의 반발도 있었고, 주위의 우려도 있었다. 정재영 본인도 처음에는 그 역이 주어지자 어리둥절한 반응이었다.

그래도 끝까지 정재영을 고집한 이유에 대해 강 감독은 "관객들의 예상을 깨고 만화를 건너 뛰는 '파격'이 있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파격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정재영이다. 충분히 해내리라고 믿었고, 판단이 섰다. 정재영 역시 '이 역할은 감독님만 믿을게요'라고 한 마디만 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배우들을 빛나게 하는 연출자로도 유명한 강 감독은 "영화는 망하더라도, 적어도 내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망가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라며 "배우가 작품에 출연한 것을 후회하면 안 된다. 사람들도 내 작품들에 대해 영화가 흥행은 덜 될 수 있어도 배우들이 망가지는 건 본 적이 없다고들 한다. 배우들은 내 영화의 얼굴들이다"라고 본인의 특별한 '배우 사랑'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nyc@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