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보〉(150~176)=지금은 열기가 많이 식었지만 1980년대 중반 무렵만 해도 프로복싱은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다. 가정집과 다방 등지에 모여앉아 목청껏 외치던 열혈 팬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가드 올려" "버팅 조심해"를 외쳐대는 그들은 모두가 일가견을 가진 전문가요, 세컨이었다. 우리 선수가 점수에서 크게 앞서 있을 때는 일발 역전을 노린 상대의 저돌 공세를 피하라고 주문할 정도였다.
오늘 기보는 이 바둑의 '마지막 라운드'에 해당한다. 점수에서 크게 앞선 안조영은 조심스럽게 '백스텝'만 밟아간다. 160까지 상대가 해 달라는 대로 다 받아주고 있다. 판정으로 지나 KO패를 당하거나 매 일반인 안자이가 163이란 마지막 자해공갈급(?) 롱 훅을 던져왔다. 물론 대무리수. 168로 참고도였으면 중앙 흑은 전멸했을 것이다.
백은 KO승을 마다하고 168로 자체 안정만 기한다. 허공을 가르던 안자이의 팔에 힘이 빠지고 다리는 후들거리기 시작한다. 176으로 밀어간 순간 흑 코너로부터 마침내 수건이 날아들었다. 그 옛날 TV 앞 복싱 팬들 대신 인터넷 중계에 몰려든 바둑 관중들이 환호했다. 그곳 또한 '4각의 링'이었다. (155…▲, 161…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