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된 다음 날 무개차(無蓋車) 타고 시내를 돌며 당선 인사를 했어요. 시민들이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무척 좋아하시더군요. 당선사례 현수막만 내걸던 사람들과는 역시 다르다고요. 실망하지 않게 잘하겠습니다."

7일 조선일보사 편집국에서 만난 송영길(47) 인천시장 당선자는 선거전(戰)의 피로가 아직 풀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특유의 힘 있는 목소리로 계획과 소신을 밝혀나갔다.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에게 줄곧 뒤졌는데 언제 승리를 확신했나.

"처음부터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결정적 갈림처는 5월 25일 열린 TV 토론회였다. 그날 이후 거리에서 거의 연예인 대접을 받았다. '투표 안 하려 했는데 TV 보고 찍을 사람이 생겼다'는 아주머니와 환호성을 올리며 사인해 달라고 몰려드는 시민들을 보며 '이겼구나'하고 확신했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7일 조선일보사 편집국에서 가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천안함 사건은 국가 안보에 대한 현 정권의 무능력을 보여준 일”이라며“국가 안보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거에 이긴 주요 요인은 뭐라고 보나.

"한나라당 실정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기본이지만 인천은 특히 민주당 당내 경선과 야권 연대가 모범적으로 이뤄진 점이 컸다. 여기에 안 시장 8년 실정(失政)에 대한 시민들 평가, 이전 국회의원 선거에서 1승1패를 한 그와 나의 인물 비교도 있었을 것이다. '재정과 교육의 위기'라는 인천의 특성을 줄곧 거론함으로써 이에 대한 변명을 하느라 시간을 다 보낸 안 후보 캠프를 이슈(issue)에서 앞섰다."

―인천에서 일어난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관계가 굳어지고, 경제협력도 삐걱거리고 있다. 인천은 바로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곳이다. 천안함 사건과 남북관계 해법을 어떻게 보나.

"천안함 사건은 국가안보에 대한 현 정권의 무능력을 그대로 보여준 일이다. 지금대로라면 언제든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마치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민심의 어뢰'가 올 것을 파악 못했다가 맞은 뒤에 어리벙벙해 하는 것과 똑같은 모습이다. 국가안보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남북관계에서도 현 정권은 정치적으로 무능하다. 북한 문제는 잘 관리해서 궁극적으로는 통합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암세포 수술처럼 무작정 도려내려다가는 사람 몸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동양적 보양 방식을 써야 한다."

―4대강 사업으로 전국이 시끄럽다. 인천은 직접 관계가 없지만 비슷한 성격의 경인운하가 건설되고 있다. 시장 취임 뒤 전문 위원회를 구성해 이 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정부가 계속 추진한다면 어쩔 것인가.

"경인운하의 물동량 예상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생각이지만 실태를 파악한 뒤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홍수 예방을 위한 방수로 공사를 겸한 것이니 이것부터 추진하면서 위원회의 결론을 기다릴 것이다."

―인천에 국내 처음으로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돼 운영 중이지만 원래 목적인 외국자본과 기업체 유치 실적이 부진한 대신 아파트만 들어서며 경쟁력이 뒤져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문제를 어찌 풀어갈 것인가.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실패로 잘 안 풀리는 것이다. 중국이 선전에서 시작해 점차 늘려간 것처럼 순차적으로 해야 하는데 우리는 한꺼번에 여러 개를 지정해 집중력도 떨어진다. 파주에 LG가 들어온 뒤 필립스가 들어온 것처럼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없애 국내에서도 좋은 기업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하고, 아파트 건설은 최소화하도록 특별법을 시행해야 한다. 세종시도 원안대로 추진해 수도권을 분산시키면서 좋은 기업은 이곳에 들어오도록 여지를 주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노태우부터 김대중까지 3대 대통령에 걸쳐 이뤄져 지금 좋은 평가를 받는 것처럼, 경제자유구역도 그렇게 해야 한다. 분명한 자료를 갖고 장·차관은 물론 대통령을 만나 이 문제를 설득하겠다."

―서울과 경기도는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다. 함께 공조할 일이 많은 수도권 단체장으로 부담이 없겠나.

"오세훈 시장과 김문수 지사는 정치하기 전부터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다. 조만간 만날 계획인데 모두 잘 풀릴 것이다. 두 사람뿐 아니라 여야 지도부와도 두루 친하기 때문에 그 인맥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선 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모두 전화해 '잘 모시겠다'고 했다. 오늘 새로 출근한 안상수 시장에게도 난초를 보냈다. 나근형 인천시 교육감도 보수 진영이라지만 유연성이 있는 분이라 잘 협력이 될 것이다."

―대권에 앞서 민주당 당권을 노리다 인천시장에 나왔고, 질 경우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이 될 수도 있었는데.

"주변에서 '이겨야 본전인 싸움에 왜 나가느냐'고 말이 많았다. 하지만 학생운동 때부터 개인의 인생보다는 시대가 요구하는 곳에 몸을 던져왔고, 이번 출마도 같은 맥락이었다. 원칙을 지키면 늦게 가는 것 같지만 오래 남는다. 대권이나 당권 생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젠 시장이 됐으니 시장직을 충실히 한 뒤에 생각해 보겠다."

―이른바 '386세대'의 선두 주자인데, 386이 행정능력에서 떨어진다는 말들을 한다.

"학습능력이 뛰어나(웃음) 행정도 금방 익힐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게는 정치적 판단과 민심을 읽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행정은 부시장 이하 능력 있는 공무원들을 잘 가려서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인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인천이 고향이 아니고, 학교도 나오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내 의지로 선택한 고향이다. 원래 고향은 내 의지와 관계없이 태어난 곳이지만 인천은 20여년 전 노동운동을 시작하며 나의 삶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내 의지로 선택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나를 배척하지 않고 받아주셨으니 고마울 뿐이다. 그런 만큼 열심히 일해 인천을 빛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