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보〉(68~79)=스무살 전후 한창 뻗어갈 나이에 이창호란 벽에 막혀 좌절의 늪을 헤맸던 유망주는 한둘이 아니다. 93년 14세 때 입단한 안조영도 대표적인 '이창호 희생자' 중 한 명. 통산전적이 2승 16패였다면 그가 중요한 길목에서 이창호에게 얼마나 자주 시달렸는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이창호에게 눌려 종합기전 4회 준우승에 머물던 안조영은 그러나 그 특유의 뚝심과 인내심으로 기다리다 2007년 십단전서 우승, 기어이 정상을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
72까지 백은 미로(迷路) 같은 좁은 길을 뚫고 넓은 세상에 얼굴을 내미는 데 성공한다. 그렇다면 71로 참고도 1, 3에 봉쇄하는 강수는 없었을까? 하지만 백은 4 이하 10까지의 도생책을 또 마련해놓고 있었다. 물론 이렇게 된다면 거꾸로 우하 중앙 일대의 흑이 오히려 난처한 입장에 몰리게 된다. 73의 기대기는 이런 상황에서 흔히 쓰이는 요령.
77로 미는 수순이 돌아와선 흑도 부분적으론 기분이 좋아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 와중에 중앙 흑이 꽤 엷어진 모습이다. 78로 이었을 때 79가 탈출 겸 우변 백 대마를 포위한 요소. 바둑은 여전히 흑백 간의 미생마(未生馬)들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좌중앙을 향해 대양(大洋)의 조류(潮流)처럼 도도히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