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방한(訪韓)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중국 정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제적 조사와 이에 대한 각국의 반응을 중시하면서 사태의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해 입장을 결정하겠다"며 "중국은 그 (조사) 결과에 따라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원 총리의 이날 회담은 예정 시간의 3배 가까운 1시간 40분 동안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조사 결과가 담긴 400쪽 보고서를 중국어로 번역해 전달했고, 원 총리는 안경을 벗어가면서 꼼꼼히 살펴봤으며 한국이 입수한 북한이 만든 '북한제 무기 카탈로그'에 나온 어뢰와 이번 천안함 공격에 쓰인 어뢰가 동일 제품이라는 설명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원 총리의 이날 발언은 남·북한 어느 쪽으로 기울었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표현 하나하나에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원 총리의 발언만으로는 중국이 '천안함 폭침(爆沈)은 북한 소행'이라는 한국의 입장에 동조했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러나 꼼꼼히 따져보면 '중국의 변화 조짐'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원 총리가 중국의 입장을 정하는 기준으로 밝힌 '국제적 조사와 각국의 반응'은 이미 대한민국 쪽으로 크게 기울고 있다. 한국 정부는 천안함 조사를 단독으로 하지 않고 미국·영국·호주·스웨덴 등 4개국 전문가와 함께 공동으로 실시했고, 한국 정부의 지난 20일 조사 결과 발표 후 세계 각국과 주요 국제기구들은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원 총리가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고 표현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그간 국제사회에서 "천안함 사건에서 북한을 비호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따라서 원 총리의 이날 발언은 중국이 마냥 북한 편을 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 최근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주석 등 고위인사들을 두루 접촉했던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을 수행했던 커트 캠벨 국무부 차관보는 27일 "클린턴 장관이 중국측에 이번엔 우리 편이 돼 달라고 요청했다"며 "중국이 북한을 천안함 사건의 배후로 인정하고 (그 방향으로) 입장을 바꿔 갈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원 총리는 이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어떠한 행위도 규탄한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정하는 데 너무 오래 시간을 끌면 북한을 오판(誤判)하게 만들어 한반도 평화에 큰 위협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한·중 양국 실무진들이 이른 시일 안에 중국측이 말하는 '국제적 조사'의 구체적 방안을 협의, 중국이 북한의 천안함 도발에 대한 유보적 입장을 거둬들이는 시간을 앞당겨야 할 것이다. 중국은 지금의 한반도 안보 상황이 마냥 시간을 끌기에는 너무나 긴박한 국면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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