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바수 혜나(11·원당초교 6년)네는 아버지가 인도 출신, 어머니가 한국 출신인 다문화 가정이다. 바수양 꿈은 원래 선생님이었지만 지난 1월 '전자·통신기기 연구원'으로 바뀌었다. 'LG 사랑의 다문화학교' 1기생으로 선발돼 겨울방학 특강으로 LG전자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연구소 조영민 책임연구원의 수업을 들은 직후다. 바수양은 "조 연구원님께서 휴대전화를 분해해서 작동 원리를 설명해 주셨는데 정말 재미있었다"면서 "나도 최첨단 휴대전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LG는 올해부터 'LG 사랑의 다문화학교'를 개설했다. 카이스트(KAIST)·한국외국어대와 손잡고 과학 또는 언어에 재능이 있는 다문화 가정 어린이·청소년 70명에게 2년 동안 체계적인 교육을 지원하는 LG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LG 정상국(57) 부사장은 "일시적인 지원 활동에서 벗어나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자아실현의 기회를 주기 위해 전문성을 갖춘 대학과 연계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진화하고 있다. 연말연시 사회복지단체에 거액의 성금을 내거나 양로원·보육원을 찾아다니며 김장 담그기·연탄 나르기 같은 노력봉사에 치중하던 기업들이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회사 고유의 기술과 노하우를 살려 이웃돕기에 나선 것이다.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 과학·언어 가르쳐
지난 22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한 강의실에서는 LG 사랑의 다문화학교 수업이 한창이었다. 다문화 가정 출신 초등학생·중학생 30명이 6개조로 나뉘어 배에 대한 기초 원리를 배운 뒤 직접 배를 만들었다. 다문화학교 도우미로 선정된 카이스트 학부생 8명이 조별로 돌아다니며 배 만드는 작업을 도왔다.
파나마료브 다니엘(15·인천 산곡남중 3년)군은 "원리를 먼저 배운 뒤 실험·실습을 할 수 있어서 좋다"며 "대학생 형과 누나들이 친절하게 설명해줘서 이해가 빨리 된다"고 했다.
아이들은 인터넷으로 미리 공부를 한 뒤 한 달에 한 번 카이스트에서 과학수업을 받기 위해 서울·경기도·경상도·전라도 등 전국에서 모인다. 카이스트 측은 당초 수업기간을 1일에서 1박2일로 늘리고 실험과 교육 내용을 다양하게 확대했다. 아이들이 호텔에서 잘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바수양, 파나마료브군 등 학생 5명이 오는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상하이 청소년 과학엑스포'에 우리나라 대표로 선발돼 기후 변화를 주제로 발표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 태도도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다문화학교 조교인 카이스트 4학년 김은진(21)양은 "과학 수업에 재미를 붙이면서 질문도 늘고 우리에게 진로 상담도 하는 등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있다"며 "생일 때 선물을 하기도 하고 스승의 날에는 감사 문자를 보내 주기도 한다"고 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 40명을 대상으로 LG와 한국외국어대가 함께 펼치는 외국어 수업도 학부모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딸과 아들을 LG사랑의 다문화학교 베트남어 수업에 보내고 있는 트란 부 킴으엔(32)씨는 "제 한국어가 서툴러서 아이들과 대화가 잘 안 됐다"며 "조금씩이라도 베트남어로 얘기하니까 아이들이 엄마 마음을 더 잘 이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봉사단 조직해 컨설팅·IT교육 나서
SK 역시 특화된 기술과 노하우로 사회공헌활동에 나서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SK는 작년 9월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SK프로보노 자원봉사단'을 발족했다. MBA(경영학석사) 출신 등 전문분야 경력자 707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법률자문, 세무상담, 판매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도왔다. KT는 지난 2007년 2월 IT서포터즈를 만들어 이주민·다문화 가정·자영업자·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IT교육을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3년 동안 110만명 이상이 KT로부터 IT교육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