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 축하 케이크는 대부분 쇼케이스 안에 진열돼 있다. 보기 좋게 배치해 사고 싶은 맘이 들도록 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케이크의 특성상 온도 및 습도에 민감하고 외부 오염으로 인해 쉽게 변질되기 때문에 케이크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케이크뿐만 아니라 박물관 전시실에서도 유물을 진열장 안에 보관한다. 케이크처럼 판매를 위한 것도 아니고 유통기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유물을 손으로 만지고 느껴보면 좋으련만, 유리창 너머로 바라만 봐야 한다는 사실이 때로는 안타깝다. 간혹 전시장 밖에 유물을 전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이것 역시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없도록 해놓았다. 유물은 왜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없을까?
◆유물은 원형 보존이 큰 가치
유물은 그 자체가 과거의 유산이며, 존재 자체의 가치가 크다. 때문에 훼손 및 손상이 된 경우, 복원을 해도 완전한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그렇다고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지금의 상태 그대로를 보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물을 만질 수 있도록 해놓을 경우 관람객들의 만족도가 크게 올라갈 것이란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유물이 훼손될 수 있는 위험성이 커 만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2008년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타버린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숭례문은 시민에게 문화재를 개방한다는 좋은 의도에서 출입이 허용됐지만, 방화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빚었다. 방화와 같은 극단적이고 의도적인 훼손은 아니더라도 관람객들의 부주의나 실수로 인한 훼손 위험도 크고, 심지어 관람객들의 손에 묻어서 옮겨지는 이물질만으로도 유물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쇼케이스 안에서 신선하게 최적의 상태로 보관되는 케이크처럼 유물도 특수 진열장 안에서 보관 및 전시를 위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물 진열장의 종류와 조건
유물 진열장은 어떤 조건을 가져야 할까? 유물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보존성, 보안성, 관리성, 디자인적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먼저 보존성은 유물을 완벽하게 보존하기 위해 외부의 충격에도 평평하고 흔들림 없는 구조를 갖춰야 하며 밀폐구조를 갖추고 온도·습도 환경제어 및 유해광선을 차단할 수 있는 조건을 말한다. 보안성은 소중한 유물의 도난을 방지하고 파손 방지를 위해 자물쇠나 경보장치가 구비돼 있는 구조여야 한다. 관리성은 진열장의 유지·보수 및 전시할 때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제작돼야 한다. 이상과 같이 구조적인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면서도 관람자의 입장에서 전시물을 쉽고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최적의 디자인을 갖추는 것도 빠져서는 안 되는 조건이다.
진열장의 종류는 어떤 것이 있을까? 주로 놓이는 위치와 크기, 보이는 면 등에 따라서 크게 벽부장, 독립장, 조감장으로 나눌 수 있다.
벽부장은 진열장을 전시실의 벽면에 고정시켜 설치한다. 대체로 대형으로 제작되며, 한번에 여러 유물을 전시할 수 있고 불화와 같이 크기가 큰 유물도 전시할 수 있다. 하지만 한정된 면에서만 유물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과 이동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에 반해 독립장과 조감장은 4면 혹은 5면 등 다양한 각도에서 유물을 관찰할 수 있으며 이동이 가능하다. 조감장은 전시장 유리가 허리 높이 정도로 낮게 설치한다는 점에서 독립장과 구분된다. 높이가 제한돼 있어 소형 장신구류나 서책류, 소형 회화류 등을 자세하게 살펴보는 데 유리하다. 반면 독립장은 주로 금관과 같은 명품 전시나 4면에서 관찰이 필요한 단독 유물 전시에 많이 사용된다.
◆유물은 세대를 이어 보존해야
일반적으로 어떠한 대상을 인지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신체접촉을 통해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유물의 중요성과 가치는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직접 만져보고 느끼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유물을 만져보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많은 제약이 따른다.
요즘 박물관들은 그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진짜 유물 대신 복제품을 만들어 활용한다. 복제 유물을 만져보는 체험을 하거나, 유물을 만들어 보는 체험을 통해 실제 유물을 만지지 못하는 서운함을 달래는 셈이다.
내년에 개관할 울산박물관에서는 다양하고 참신한 방법으로 복제 유물을 많이 만지고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특히 어린이관에서 기획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 유물체험을 통해 어린이들의 생각과 지혜가 무럭무럭 크도록 만드는 공간과 기회를 활짝 열어 놓을 것이다.
유물은 이 세대만의 것이 아닌 보존·전승을 해야 할 대상이다. 지금도 그러하거니와 앞으로도 유물을 직접 만져보기란 아마 힘들 것이다. 유물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깊을수록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더라도 전시장 유리창 너머의 유물을 손이 아닌 눈과 마음으로 많이 만져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