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최고 기량을 갖춘 선수들의 경연장일 뿐 아니라, 최고 지략가들의 전장(戰場)이기도 하다.

올해 가장 주목받는 감독은 스페인의 비센테 델 보스케(60)와 브라질의 카를로스 둥가(47). 보스케 감독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4년 동안 스페인의 명문 축구클럽인 레알 마드리드 지휘봉을 잡아 7차례 우승을 이뤘다. 보스케 감독은 스페인을 유로2008 대회 우승으로 이끈 아라고네스 감독이 물러나자 곧바로 사령탑을 맡아 팀 색깔을 바꿨다. 이전까지 공격 일변도였던 스페인에 공수 균형의 전략을 접목시켰다. 스페인은 그의 지휘 아래 월드컵 유럽 5조 예선에서 10전 전승을 거두며 본선에 진출했다. 스페인은 지금까지 월드컵 최고 성적이 4강이다.

카를로스 둥가 감독 /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

브라질이 1994년 우승, 1998년 준우승을 할 때 주장을 맡았던 둥가는 지도자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2006년 7월 대표팀을 맡았다. 선수들의 이름값보다는 당일 컨디션에 따라 선수를 기용했던 그는 처음에는 "재미없다", "브라질 축구의 정신을 버렸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2007년 코파아메리카컵, 2009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우승을 이끌자 비난은 찬사로 바뀌었다. 둥가가 이끄는 브라질은 6번째 우승을 노린다.

2006년 독일 대회 때 모국인 브라질 지휘봉을 잡았던 카를루스 알베르투 파레이라는 이번에 주최국 남아공 감독을 맡았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시킨 그는 1982년 쿠웨이트, 1990년 아랍에미리트, 1998년 사우디아라비아를 본선 진출로 이끄는 등 약팀 조련에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다.

이들보다 더 화제가 되고 있는 지도자는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50) 감독이다. 펠레와 함께 역대 최고의 선수로 평가 받는 그는 2008년 11월 감독으로 부임했다. 하지만 자기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힘들게 본선 티켓을 따내자, 작년 말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아르헨티나 국민의 85%가 "마라도나가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가장 능력을 입증해야 할 감독'을 묻는 미 스포츠전문채널 ESPN의 인터넷설문조사에서도 63%의 응답률로 1위를 차지했다.

한편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프랑스를 준우승으로 이끈 레이몽 도메네크 감독은 다시 프랑스 대표팀을 맡아 명예회복을 노린다. 이번 월드컵 최고령 감독(72세)인 오토 레하겔은 한국이 1승 목표로 삼은 그리스를 이끌고 있다. 한국의 2002년 4강 신화 주역 중 한 명인 핌 베어백은 히딩크 감독에 이어 호주 감독을 맡았다. 2006년 이탈리아 우승을 이끈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고국의 2연속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탈리아인인 파비오 카펠로는 종주국 잉글랜드의 정상 도전의 선봉에 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