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곡이 실종됐다. 2PM, 2AM, 비, 이효리, 브라운 아이드 소울 등 대형 가수들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가수는 보이는데 노래가 들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무의식 중에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을 지배하는 진정한 히트곡이 나오지 않는다. 각종 온·오프라인 가요 차트를 살펴보면 거의 1주 단위로 최고 인기곡이 바뀐다. 인터넷 음악 사이트 소리바다 차트를 보면, 지난 2월 셋째 주 이후 어떤 노래도 2주 이상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루팡'(카라), '선물'(케이윌), '널 붙잡을 노래'(비), '바보처럼'(2AM) 등이 '1주 천하'에 만족해야 했던 노래들. 2007년의 경우 이 차트에서 1위 곡이 평균 2.33주간 정상에 머물렀지만, 2009년에는 1.56주, 2010년에는 1.26주로 줄었다.
1년간 세상에 나오는 노래는 2만여 곡.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노래를 만들고 듣는 세상의 위력이다.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한 해 동안 시중에 유통되는 정규 음반은 1000장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노래의 홍수 속에 사람들의 보편적 감동을 모아낼 수 있는 히트곡이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는 건 안타까운 역설이다. 노래의 진심보다 마케팅의 잔꾀가 사람들을 매혹시킬 수 있다고 여기는 일부의 잘못된 신념이 빚어낸 결과다.
요즘 기획사들은 신곡 발표를 앞두고 가수의 달라진 패션, 화장법, 안무 등을 마치 대단한 비밀이라도 공개하는 양 한 꺼풀씩 벗겨 내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음원이 불법유출됐다"는 식의 노이즈 마케팅이 곁들여지기도 한다. 아예 신곡을 인터넷 음악 사이트 순위권에 올려놓기 위해 음원 사재기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이런 작업의 결과가 '하루살이' 히트곡의 양산이다.
이토록 호들갑스럽게 포장된 신곡이 정작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직후 사람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음악 자체의 힘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요즘 노래를 만드는 환경은 자동판매기를 연상시킨다. 한 기획사 간부는 "과거에는 뮤지션들의 영감을 바탕으로 1년여 동안 온갖 공을 다 들여 정규 앨범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기획사의 요청에 따라 작곡된 노래 1~2곡을 10여일간 후다닥 녹음해 디지털 싱글로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정규 앨범을 포기한 채 인터넷 음원 위주로 활동하는 인기 가수들의 경우, 1년에 3~4회씩 '컴백'과 '고별'을 반복하다 보니 최대한 짧은 시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업적 효율성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애당초 신곡의 선택 기준은 질긴 생명력보다는 반짝인기에 있는 것이다. 휘황한 마케팅의 장(場)으로 재편된 가요계에서 진득한 노래와 가창력으로 대중의 인정을 받고 싶은 신인 가수들은 설 곳을 찾기 힘들다.
발표된 지 몇 달이 지나서 빛을 본 뒤, 수년간 인기를 유지하는 '가마솥 히트곡'도 사라졌다. 97~98년 108주간 한 가요차트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사랑을 위하여'의 김종환은 "한국 사람의 정서가 묻어나는 노래를 찾기 힘들어졌다"며 "요즘 히트곡은 2~3개월쯤 지나면 사람들 머릿속에서 싹 지워지는 것 같다"고 했다. 대중가요는 시대를 공유하는 이들의 감성이 비치는 거울이다. 유행가를 잃어버린 이 시대를 후세는 어떻게 기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