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민노·창조한국·국민참여당 등 야권 4당과 일부 시민단체 대표들은 17일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가 천안함 사고와 관련한 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KNTDS) 자료, 천안함 항적·교신기록 등을 '비공개'하는 바람에 어떤 조사결과가 나와도 (신뢰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면서 이들 자료의 공개를 요구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사과와 국방장관 등 군 지휘라인의 즉각 파면도 요구했다.

군 당국은 이미 지난달 민주당 천안함조사특위에 이들 자료를 제시했고 민주당 조사위원들은 별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KNTDS 자료와 교신기록은 각각 남한 전 해역(海域) 감시 상황, 우리 군의 암호 체계 등 민감한 군사기밀을 담고 있어 일반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게 상식이다.

야권의 경기지사선거 단일후보인 유시민 참여당 후보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날 "정부는 (천안함이) 어뢰 공격으로 두 동강 났다고 판단할 수 있는 사실적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측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도 "(분명한 것은) 천안함(에 사고가 났다는 것뿐)이지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야권의 이런 움직임은 정부 민·군 합동조사단이 20일 천안함 사태에 대해 어떤 조사결과를 내놓아도 '못 믿겠다'는 사전 예고처럼 들린다.

야당이 천안함 사건의 여파가 혹시 자신들에게 불리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것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며칠 있으면 다른 나라도 인력(人力)을 보탠 다국적 조사단이 검증 결과를 발표하게 돼 있다. 야당은 일단 그것을 지켜보고 그것이 미흡하다면 국정조사든 국정감사든 정치권의 법적 권한을 발동해 다시 짚어볼 기회가 있다.

민주당은 원내 84석의 제1야당으로 과거 10년간 국정(國政)을 담당했던 세력이다. 민주당이 당장 급한 지방선거에서의 야권 연대를 위해 이런 무리한 주장을 펴는 군소 야당들과 같은 의자에 앉을 수는 있지만 그 자리의 중심은 민주당이 잡아야 한다.

민주당이 다시 집권하려면 자신의 고정지지층에다 평소 정치적·이념적으로 거리가 있는 중도 세력의 도움까지 얻어야 한다. 그러려면 민주당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단기 전술을 활용할 때도 국민 대다수의 여론, 국민의 건전한 상식과 등을 지는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지금 모든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0~70%가 천안함 사태와 북한을 당연하게 연결지어 대답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국제 조사단의 과학적 검증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민주당은 천안함 사태를 다루면서 전술적·전략적으로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오늘의 사설]

[사설] 5·18 민주화운동 30주년과 대한민국 민주주의

[사설] '스폰서 검사 특검', 검찰에 면죄부만 주게 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