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기업'은 글로벌 이슈다. IT혁명의 진원지인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도, 복지제도의 고향인 영국에서도 착한기업은 사회적 약자를 돕는 지속가능한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형 착한기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또 성공하기 위해선 어떤 모델이어야 할까.

작년 착한기업 이슈를 제기했던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재계의 신진 리더들인 구자균 LS산전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그리고 글로벌 컨설팅 기업으로 착한기업 지원을 주도하는 딜로이트의 이재술 총괄대표가 본지 박정훈 사회정책부장 사회로 한자리에 모여 착한기업 활성화를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착한기업 좌담회에서 이재술 딜로이트코리아 대표, 구자균 LS산전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곽승준 위원장(사진 왼쪽부터)이 한국형 착한기업 모델의 활성화 방안을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수년 전부터 기업들은 이익추구를 넘어 사회공헌활동(CSR)에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엔 단순 사회공헌활동을 뛰어넘어 착한기업 육성 등을 놓고 경쟁이 벌어지는 것 같다. 지금 왜 착한기업이 화두인가.

▲곽승준 위원장=자본주의의 꽃은 결국 나눔·배려·기부이다. 이런 정신을 담는 좋은 그릇이 바로 착한기업이다. 이 명칭에 '기업'이 있는 것은 지속 가능해야 하고,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사회적 취약층에는 '빵'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즐거움도 줘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 복지적 일자리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민간에서 나와야 한다. 착한기업은 민간이 사회 취약층을 위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모델이다. 우리는 압축 성장, 압축 민주화 과정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책무)가 취약해 반(反) 기업 정서가 강한데, 착한기업을 대기업들이 나서 돕는다면 이런 정서를 없애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정용진 부회장=선대회장(이병철 회장)의 말씀처럼 기업의 사회공헌은 이익을 많이 내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 최고라고 여기며 기업을 키워왔다.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년간은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며 성장 일변도로 달려왔다. 하지만 이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할 만큼 커졌으니, 비즈니스 전쟁터에서 닦아온 유통·마케팅에서의 노하우(know-how)를 사회적 취약층과 공유할 수 있는 착한기업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

▲구자균 부회장=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취약계층이 더 힘들어지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 과정에서 '공익'과 '영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착한기업이 더 주목받는 것 같다. 착한기업은 정부 위주인 사회복지의 한계에 대한 대안 역할도 할 수 있고, 단순 기부나 이벤트성 행사에 그치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보완 역할도 할 수 있다.

착한 기업은 정형화된 모델이 있는 게 아니라 나라마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유럽은 '사회성'에, 미국은 '기업'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 같다. 한국식 모델은 어떤 것이어야 하나.

▲이재술=우리는 이제 태동 단계이니 정상적인 시스템으로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분들을 배려하는 사회복지 측면을 강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착한기업가 정신이 넘치는 사람들이 몰려 생각지도 못한 비즈니스 모델도 나올 것이다.

▲구자균=우리가 미국이나 유럽의 모델을 그대로 따라 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공익성과 경제성의 교집합을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산업도 키우고 고용도 창출하는 일석삼조 식의 모델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정용진=우리는 기업형이 더 맞지 않는가 싶다. 착한기업 생태계가 만들어져 선순환이 되면 더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지면서 발전할 것이다.

착한기업은 민간 주도로 간다면 훨씬 속도감이 빨라 사회적 문제 해결에 효율적일 것이다. 기업 차원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이재술=포스코가 쇳가루가 있는 빨래를 하느라 힘든 직원들의 부인을 위해 특수 세탁기로 빨래해주는 착한기업을 만들었다. 이 착한기업 종업원은 절반 이상이 장애인들이다. 뉴욕에 있는 딜로이트 본부는 탁아소를 거주하는 지역별로 둔다. 지역별 탁아소는 관련 몇몇 기업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만드는데, 이게 바로 하나의 착한기업이 된다. '1사(社) 1착한기업'처럼 대기업과 짝짓기 형식도 좋을 것이다.

▲정용진=우리 거래처들은 대부분 착한기업과 유사한 소규모 기업들이 많아 도와줄 여지가 많다. 품질 전담팀이나 고객 서비스 전담팀을 파견해 착한기업의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고, 소비차원에서는 각종 사무용품 중 가능한 품목은 착한기업으로부터 공급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곽승준=이미 많은 기업들이 착한기업을 하고 있다고 본다. LS도 중소기업에 환경 보호하는 노하우를 컨설팅해준다고 들었다. 이런 역할을 아웃소싱하거나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하도록 만들면 착한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착한기업은 이제 막 시작했으니 곳곳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