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범정부적인 검찰·경찰 개혁에 나섰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상설 특별검사제 도입 등 검찰 개혁 방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권력형 비리를 단죄해야 할 검찰이 오히려 '스폰서 검사' 파문 같은 내부 비리에 휘말리고, 성폭행범을 잡아야 할 경찰이 성폭행을 저지르고 있어 국민 신뢰를 잃을 대로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은 스스로 변하지 못해 이번 범정부적 개혁의 대상이 된 점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검·경 외의 다른 수사기관을 만드는 방안이 최선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 친·인척과 장·차관, 법관, 검사 등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를 전담 수사하는 기관의 신설은 노무현 정부 때도 추진됐었으나 실효성 논란이 많았다. 대통령 직속이라 대통령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고,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장청구권은 헌법상 검사에게만 있고, 기소권을 검찰 외의 다른 기관에 주게 되면 우리 법체계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상설특별검사제는 고위 공직자 비리 유형을 미리 정해 놓고 이런 사건이 터지면 자동적으로 특별검사를 임명해 수사하게 하는 제도다. 그러나 지금까지 '옷 로비' 등 8번의 특검이 실시됐으나 기존 수사결과를 뒤엎을 만한 새로운 결과를 내놓은 적이 없다. 특검이 아무리 독립성이 보장돼 있다고 해도 검찰·경찰에서 수사 인력을 파견받아 임시로 꾸린 수사팀이라 기존 검찰의 수사력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지금 검찰의 문제는 내부 비리를 철저히 조사해 엄벌하지 못한다는 점과 권력형 비리를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수사해 단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점은 새 제도를 만들고 보탠다고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새 제도에는 새 부작용도 따라온다.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이 내부 비리는 무자비하고 몰인정하다는 얘기를 들을 각오로 뭉텅뭉텅 잘라내야 한다. 그리고 권력의 중심을 향한 수사에 발을 거는 외부 압력에 대해선 '나를 밟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각오로 직(職)을 걸고 맞서다 몇 사람의 검찰총장이 물러나는 경험이 쌓여야만 대한민국에 검찰다운 검찰이 탄생할 것이다. 검찰이 죽을 각오를 해야 검찰이 살 길이 열린다.
[오늘의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