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정치부장

"영종도 신국제공항 계획은 취소하는 것이 마땅하다. …역사적으로 많은 나라가 턱도 없이 분수에 넘치는 큰 토목공사를 벌이고는 국론이 갈라지고 경제가 파탄 나서 망해 왔다. …비행장을 짓느라고 국토와 국고를 절단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1993년 '영종 신공항 건설의 문제점과 대책'이라는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K교수의 논문 결론이다. K교수는 같은 해 신문 기고문에선 "영종도 공항은 조사하면 할수록 어처구니없는 사실들이 발견돼 이 공항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썼다.

2001년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공항분야 노벨상'이라는 세계공항서비스 평가 1위를 차지했다. 1993년 평가가 시작된 이후 한 공항이 5년 연속 1위를 한 것은 처음이다. 인천공항이 얻은 5점 만점에 4.99점 역시 역대 최고(最高) 점수다.

지율스님은 경부고속철 천성산 터널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2003년 2월부터 2005년 2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241일 동안 단식을 했다. '천성산에 사는 도롱뇽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경부고속철은 굴착기를 가로막는 지율스님의 현장 점거로 100일간(2004년 3월 4일~6월 11일), 공사중지 가처분소송 항고 판결이 나올 때까지 96일간(2004년 8월 26일~11월 29일), 환경영향평가 조사결과를 기다리느라 93일간(2005년 8월 29일~11월 29일) 등 모두 289일 동안 공사 차질을 빚었다.

대법원은 2006년 3월, 지율스님 등이 낸 공사중지 가처분소송에 대해 "법률적 근거 없이 환경보호라는 막연한 주장만으로 공공사업을 중단시킬 수 없다"며 최종적인 기각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2009년 4월엔 지율스님이 "24차례 터널공사 진행을 방해했다"며 업무방해 혐의 유죄를 확정 지었다.

'하늘 길'과 '산(山) 길'을 막는 데 앞장섰던 두 사람은 요즘 '강(江) 길' 저지로 투쟁 코스를 옮겼다. K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엄청난 돈을 강에 쏟아 부어 토목공사를 하겠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17년 전과 비슷한 레퍼토리를 부르고 있다. 지율스님은 지난달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4대강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천성산 터널 저지과정에서 축적한 법정투쟁 노하우를 재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코드 안 맞는 정부'에 대한 반대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업종(業種) 차원으로 발전했다. 정부가 큰일을 벌일 때마다 조건 반사적으로 반대투쟁에 나서는 단체와 사람들이 분야별로 정해져 있다. 이들의 비즈니스는 로드맵이 정해져 있다. 공항을 지으려 해도, 고속철을 건설하려 해도, 미군 기지를 옮기려 해도, 쇠고기를 수입하려 해도, 강을 정비하려 해도 이들은 늘 수백개 단체 이름을 묶어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라는 것을 만든다. 거국적인 반대 여론이 형성된 듯한 착시(錯視)현상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

이들은 나라의 명운이 경각(頃刻)에 달린 것처럼 국민에게 겁을 주며 선동한다. 그러나 한두 달이 흐르고 국민 눈이 밝아질 때쯤이면 슬그머니 빠져나가 다음 먹잇감을 찾는다. 광우병 시위 2주년을 맞아 조선일보 취재팀이 만난 '그때 그 사람들'의 고백은 분노를 넘어 실소(失笑)를 자아내게 한다. "미국에서 25만~65만명의 광우병 환자가 치매환자로 은폐돼 사망했다"고 했던 전 농림부 장관은 "올해 한달 동안 햄버거를 여섯 차례 먹으며 미국 여행을 했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전경이 여성 시위자를 성폭행했다는 허위 사실을 인터넷에 올려 시위대를 흥분시켰던 30대 예술가는 "인터넷 게임에서 '당했다'는 의미로 쓰이는 강간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이라며 "어차피 인터넷 글의 99%는 쓰레기 아니냐"고 했다.

이들의 허위 선동은 국민 가슴에 근거 없는 증오를 심고, 막대한 국가 예산을 낭비하게 만든다. 대한민국이 선진국 문턱을 넘는 데 모여야 할 국가 에너지가 이들 때문에 분산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투쟁 쟁점이 바뀔 때마다 무대에 다시 등장해 박수를 받으며 영웅 행세를 한다. 이들의 반복되는 횡포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이들이 그때그때 내뱉는 말과 저지르는 행위들을 낱낱이 기록해 둬야 한다. 그래서 이들의 전과(前科)가 세 차례 쌓이면 추방 명령을 내려야 한다. "당신은 이제 아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