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수 예비역 해군 준장

많은 사람이 천안함 침몰을 두고 "대양(大洋)해군 외치다 앞마당이 뚫렸다" "1조원 이지스함으로 대양해군 허세(虛勢) 부리다 당했다"라고 한다. 해군에 문제가 드러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해군은 대양해군의 허세를 부리고 싶어도 부릴 수가 없다. 대양해군 문턱도 아직 밟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항공모함이나 순양함, 그리고 원자력 잠수함을 단 한 척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제 겨우 이지스 구축함 한 척을 운용하고 있고 두 척이 추가로 건조되고 있는 정도다.

광개토대왕함급 KDX-l이나 충무공 이순신함급 KDX-ll는 우리나라에서 보면 대형 함처럼 보이지만 다른 나라에서 보면 초계함(Corvette) 수준이다. 실제로 프랑스 해군의 초계함은 6000t이 넘지만 우리 KDX는 4000t에 불과하다. 그나마 피나는 노력 끝에 이제 이 정도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 선박을 해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소말리아까지 파견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작년 4월 5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미국일본에서 이지스함 두 척씩을 동해에 파견했다. 우리 해군도 이지스함을 한 척이라도 보유하고 있었기에 미국·일본보다 우리가 먼저 접촉을 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각국에 통보할 수 있었다. 만약 20년 전부터 준비하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나라는 그 당시 두꺼비처럼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해군 전력은 20~30년 걸려 확보된다. 이번 천안함 사건 때문에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계속 연안(沿岸) 해군에만 머물도록 강요한다면 독도와 이어도 등에서 해양 분쟁이 일어났을 때 속수무책이 된다. 그때는 또 해군에게 "앞마당에서만 놀더니 중·일 근처에도 못 간다"고 할 것이다. 과거 한때 '국방부 장관이 해군 출신이어서 해군력만 키운다'는 오해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진수된 함정의 건조는 10년 전에 시작된 것들이었다.

우리 해군이 대양해군을 주창(主唱)한 것은 과거 고속정을 중심으로 한 대(對)간첩 작전 위주의 연안 해군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 해군 내부의 의식을 깨우기 위한 것이었다. 국력 신장에 맞춰 국가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해군력을 갖추기 위해 해군 장병에게 심어준 캐치프레이즈였고 그때부터 우리 해군이 그래도 눈을 뜨게 된 계기가 되었다.

현재 운용 중인 호위함(FF)과 초계함(PCC)의 후속 세력인 차세대 호위함(FFX) 건조 사업도 처음 계획보다 많이 지연되고 있다. 더 이상 지체되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천안함 테러와 같은 공격은 어느 나라도 사전(事前)에 차단하기 어렵다. 이제 잠수함은 최신 대잠(對潛) 세력이나 어떤 장비로도 탐지가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 되었다. 1996년 동해에 북한의 상어급 잠수함이 침투했을 때 미 해군과 대(對)상어급 방어 훈련을 했다. 우리 잠수정이 사전에 약속된 침로(針路)와 속력으로 기동했는데도 미 해군은 잘 탐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해군은 한정된 세력이지만 각오를 새롭게 하고 전술 연마와 실전적 훈련으로 바다를 지켜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장비보다 용기다. 국민의 격려와 성원보다 더 군인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