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은 4월 30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천안함 사건을 위로한 지 불과 3일 만에 '유일한 용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訪中)을 허락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측에는 한마디 언질도 없었다. 중국은 왜 그랬을까? 앞으로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북·중 특수관계 〉 한·중 전략적 동반자관계

중국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중국은 북한과의 특수관계(혈맹관계)를 한국과의 전략적 동반자관계보다 먼저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박사는 "중국이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한·중 관계는 북·중 특수관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게 국제정치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한·중 정상회담(4월 30일) 당시 후 주석의 천안함 관련 발언은 보도하지 않으면서, 같은 날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의장과의 북·중 회담 기사는 비중 있게 다뤘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 중국의 최대 목표는 '안정'과 '현상 유지'로 분석된다. 김흥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중국은 연간 12만 건 이상의 집단 폭동과 시위 등이 일어날 만큼 경제·사회적으로 불안정하다"며 "여기에 북한까지 흔들려 중국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김정일의 북한이 경제난과 천안함 파도에 휩쓸려 좌초(坐礁)하는 상황을 지켜보기 힘들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중국이 우리의 기대를 깨고 김정일을 받아들인 것은 천안함 사건이 중국의 안보 문제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미·일이 손 잡고 북한을 거세게 압박하며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를 추진한다면 이는 중국의 안보 문제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중국도 경제 관계(한·중)보다는 안보 관계(북·중)가 우선"이란 설명이다.

김정일 방중을 우리측에 미리 알려주지 않은 것과 관련, 박병광 박사는 "그게 바로 중국의 한반도 지렛대"라고 했다. 북한에 대해선 "우리(중)가 특별히 대접하고 있다. 보안 등에 이렇게 신경 쓰지 않느냐"는 메시지로, 우리측에 대해선 "경제적으로 가까워지고 있지만 더 다가와야 할 것"이란 신호로 한반도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는 분석이다.

"천안함 문제와 북한 문제 분리"

그러나 북한의 천안함 개입 증거가 나오면 중국도 대북 제재에 동참하거나 적어도 경제 지원에 신중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중국은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북핵 문제와 북한 문제를 분리 대응하는 분위기다. 북한의 불안정성을 원하지 않지만 1·2차 북 핵실험 당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승인했다. 천안함 경우도 확실한 증거가 나오면 "핵실험 때처럼 북한 문제와 분리해서 움직일 것"(김흥규 교수)이란 견해가 많다. 북한과 특수관계이지만 미국과 겨루는 G2의 '정상 국가' 이미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승렬 한국외대 교수는 "천안함 사건은 현장 증거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한·미가 북한 소행이라고 결론 내려도 중국 반응은 미지근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으로선 '충분한 주의', '예의 주시' 등으로 에둘러 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연구소장은 "지금 중국이 북한을 버릴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앞으로 미·북 간 북핵 협상 및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과정에서 한미동맹 약화, 주한미군 철수, 한반도 비핵화 등을 이루게 된다면 '남의 힘을 빌려' 중국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준영 소장은 "우리는 말로만 중국이 중요하다고 하고 실제론 해준 게 없다"며 "우리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한·미·일 동맹만 찾는다고 중국 불평이 대단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