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여성 산악인 사상 최초로 히말라야 산맥 8000m급 고봉(高峰) 14좌 등정에 성공한 오은선은 이번 안나푸르나 (8091m)등정으로 라이벌전에서 멋진 역전극에 성공했다. 여성 최초 14좌 등정을 두고 경쟁을 벌이던 에드루네 파사반(37)을 제친 것.

스페인 출신 여성 산악인 파사반은 2009년 초만 해도 14좌 중 11좌에 오르며 여성 최초 14좌 등정이 유력시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파사반은 지난해 1곳 추가에 그쳤다. 파사반이 주춤한 사이 오은선은 2009년 4개 봉에 오르며 역전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두 라이벌은 올해 첫 등정에 나서며 안나푸르나에 나란히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파사반은 17일 오은선에 앞서 안나푸르나 정상을 밟아 13좌에 올랐다. 남은 것은 시샤팡마(8027m) 하나. 당초 파사반은 오은선을 의식해 이달 일찌감치 시샤팡마 정복 후 곧바로 마지막 안나푸르나에 오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4월 이전 시샤팡마 등정을 허락지 않아 안나푸르나부터 하기로 등반일정을 바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성 최초 14좌 등정은 5파전이었다. 오스트리아의 겔린데 칼텐브루너(40)가 11년간 12좌에 올라 가장 앞선 상태였다. 이탈리아의 니베스 메로이(49)는 15년간 11좌 등정했다. 역대 최단 기간(2년9개월)에 11좌를 정복한 고미영은 지난해 7월 12번째 낭가파르밧(8125m) 등정 중 추락해 생환하지 못했다.

칼텐브루너는 히말라야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와 두 번째로 높은 K2(8611m)를 남겨 파사반보다 불리한 입장. 안나푸르나 등 3좌가 남은 메로이는 50세에 접어들면서 체력적인 문제로 경쟁에서 한발 처졌다. 이에 비해 최근 등정기록에서 오은선이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12년간 13좌 등정한 오은선은 최근 4년간 무려 11개를 정복했다. 고미영보다는 느리지만 이 역시 무서운 속도였다.

1986년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메스너(66)가 세계 최초로 14좌 완등에 성공한 이후 24년 만인 2010년 마침내 여성 최초로 오은선이 14좌 완등에 성공하면서 산악계에 길이 남을 라이벌전도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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