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만 해도 경기도 화성시의 가장 큰 고민은 우수 학생들이 인근 수원시로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많은 시민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교육 열악 지역'으로 불리는 화성을 떠나 타 지역으로 이주해갔다.
고민하던 화성시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 '교육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02년 15억원에 불과하던 '학교 지원금'을 2006년 112억원까지 늘려 학교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갔다. 화성시는 우선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9개 중·고교의 기숙사 건립을 지원했다. 이 같은 지원을 바탕으로 교사들은 기숙사에 함께 머물며 밤늦게까지 학생들을 가르쳤다. 화성시는 지역내 모든 초·중·고교에 원어민 교사를 1명 이상씩 배치하기도 했다.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7년 기숙사가 건립된 화성시 병점고의 경우 올해 신입생의 43%가 타지역에서 온 학생일 만큼 우수 학교로 변신했다. 교육 때문에 외면받던 곳이 교육 투자를 통해 인기 지역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화성시는 작년 인구 50만 미만의 시 중 학교교육 투자액(약 250억원) 1위를 기록했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지역을 살리는 최대 동력으로 '교육'을 꼽아 경쟁적인 교육지원에 나서고 있다. 교육 열의가 높은 학부모들이 '우수 공교육'을 찾아 떠나는 현실 속에서,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공교육 투자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교육청에만 맡겨뒀던 교육을 지자체가 직접 챙기면서 '지자체발(發) 교육 전쟁'에 불이 붙는 양상이다.
◆"우리가 교육 1번지" 경쟁
인구 50만 미만 시 가운데 학교당 교육 예산 투자액(약 5억2588만원)이 가장 높은 경기도 과천시 여인국 시장은 일선 학교장과 학교 운영위원 등을 자주 만난다. 학교의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공교육이 살고, 시민들의 만족감이 커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렇게 현장에서 나온 요구 사항은 곧장 '예산 투자'로 이어진다. '사교육비를 줄여달라'는 학부모 요구사항을 반영해, 모든 학생이 학교에서 두 가지의 특기를 배울 수 있는 '1인 2특기' 사업을 도입했다. 원어민 교사 사업에 연간 4억여원을 투자, 현재 대부분의 초등학교엔 2명씩, 중·고등학교에는 1명씩의 원어민 교사가 있다.
경기도 군포시의 시정(市政)에서 교육은 최우선 순위로 올라 있다. 생긴지 20년된 신생 도시로서 교육에 대한 시민들 관심은 굉장히 높았지만, 안양·과천·의왕 등 특목고가 있는인근 '특목고 벨트'에 둘러싸여 우수 학생은 빼앗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군포시는 '교육 1번지'가 되자는 목표를 세우고, 매년 다른 예산은 줄여도 교육 예산은 연간 70억원 수준으로 꾸준히 투자해왔다. 원어민 교사 배치, 학교 환경 개선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학원 수요를 줄이기 위해 인문계고의 특성화 프로젝트인 '명품 학교 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수리고(문학 특성화), 용호고(과학 특성화) 등 우수 학생이 몰리는 학교들도 생겨났다. 군포시 관계자는 "학교가 좋아지면 집값이 뛰고 시민들이 살맛이 날 정도로 지자체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말했다. 군포시는 작년 인구 50만 미만 시 중 지자체 예산대비 교육투자비율이 2.5%로 8위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구는 지난해 69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예산(약 336억원)을 교육에 투자했다. '사교육 1번지'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선 '공교육 1번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에 따라, 강남구는 2006년 50억원에 불과했던 '학교 지원금'을 작년에 25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16개 고교를 특목고에 버금가는 학교로 만드는 '명문고 프로젝트'에 17억원을 투자하고, 교육 기자재 개선에 72억원을 투자했다.
◆교육에 투자하니 인구 늘더라
2000년대 초반 대구 등 인근 대도시로 전학을 가는 학생이 200명씩에 달했던 경북 고령군은 올해 처음으로 '좋은 공교육'을 찾아 타지역으로 떠나는 학생이 '제로(0)'를 기록했다.
'200'을 '0'으로 만든 것은 고령군청의 끊임없는 교육 투자 덕분이었다. 고령군은 2003년부터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학교 환경 개선과 방과 후 학교 등에 예산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인구 5만명 미만의 45개 군 지역에서 지자체 예산대비 교육투자 비율(2.7%) 1위를 기록했다.
고령군 주민 반응이 가장 뜨거운 것은 2006년 8억원을 들여 건립한 공립학원 '대가야 교육원'이었다. '옥천 인재숙' 덕분에 인구가 늘어난 전북 순창군을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고령군은 관내 중·고등학생 70명을 선발해 방과 후부터 밤 11~12시까지 최고의 외부 강사들 수업을 무료로 듣도록 했다. 고령군청 백승욱 교육지원계장은 "군의 교육 지원에 대한 군민들의 칭찬이 쏟아졌고, 전국 지자체들이 벤치마킹해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지자체가 교육 투자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지역 교육청 예산에만 의존하는 지자체도 있었다. '학교 지원금' 투자가 최하위인 이들 지자체는 교육당국에만 의지할 뿐, 자체적인 프로그램으로 '학교 살리기' 노력을 하는 모습을 거의 찾을 수 없다고 한국교육개발원 관계자는 밝혔다.
한국교육개발원 김태완 원장은 "지자체마다 교육 예산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교육청과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같은 학교·분야에 중복 투자되는 문제가 심각하고 정확한 예산 파악조차 힘든 지역도 있다"며 "예산만 늘리기보다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이 돌아가도록 '투자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