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출신 소설가 아디치에. 25세에 미국으로 건너간 그녀는 조국의 내전을 소재로 인간 감정의 미묘한 움직임을 포착하는 소설들을 발표하고 있다.

문학은 전쟁으로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나이지리아 출신의 소설가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Adichie·33)는 30년 전 자신의 조국을 피로 물들였던 내전을 소재로 단편 '하마탄 열풍이 부는 아침' '유령' 등과 장편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 등을 발표했다.

나이지리아 국립 의약대에 다니다 2002년 미국으로 건너간 아디치에는 내전을 소재로 장편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2006)를 발표했다. 아디치에는 이 작품으로 이듬해 전 세계 여성 작가들이 영어로 발표한 소설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오렌지상을 받으며 고디머·쿠시·네이폴 등이 포진한 아프리카 탈(脫)식민문학의 샛별로 떠올랐다. 이 소설은 최근 우리말로도 번역됐다.

소설의 무대는 1967년 7월 나이지리아 동부의 이보족(族)이 독립을 선언한 뒤 발발한 비아프라 내전이다. 3년간 지속된 이 전쟁은 200만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아디치에의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도 목숨을 잃었다. 아디치에는 "자라면서 들은 전쟁 이야기를 쓰겠다고 한 어린 시절의 다짐을 지키기 위해 소설을 썼다"고 이메일을 통해 밝혔다.

소설은 남녀의 엇갈린 사랑으로부터 출발한다. 개혁적 성향의 대학교수 오데니그보는 올란나를 사랑하지만 그녀를 못마땅해하는 어머니 때문에 부족의 다른 처녀와 동침한다. 연인의 배신을 알게 된 올란나 역시 홧김에 쌍둥이 자매 카이네의 남자친구인 영국 출신 작가 리처드를 유혹한다. 자매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전쟁이 터진다.

혼돈과 파괴, 학살과 아사(餓死)는 전쟁소설의 흔한 배경이다. 그러나 아디치에는 전쟁터를 사랑의 사소한 실수와 지극히 개인적인 열망들, 인간적인 한계와 나약함 등으로 채우면서 그녀만의 전쟁소설을 완성했다. "사랑에서 갈등과 분노, 용서에 이르는 인간 감정을 백화점처럼 보여준 작품"(더 타임스 서평)이라는 찬사를 듣는 아디치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이 소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악(惡)에 반응하는 보통 사람들의 태도다. 등장인물들은 사랑에 배신당한 상처를 더 커다란 상처라고 할 수 있는 전쟁의 고통과 견주며 용서의 동인을 얻는다. '큰 불행이 작은 불행을 덮는' 방식의 치유는 인간성의 숭고함을 찬양한다기보다 오히려 인간의 미성숙을 드러내는 것 같다.

"내 소설의 주제를 용서로 보아준 것이 마음에 든다. 그러나 이렇게 내가 반응하는 이유는 내가 어떤 주제를 드러내려고 소설을 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작품을 너무 분석적으로 읽을까 걱정된다. 내 소설에서 어떤 메시지를 읽느냐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에게 달린 문제다."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남과 북이 대치하는 한국의 현실을 떠올렸다. 우리에게 나이지리아는 낯선 나라이지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로서 지역의 특수성과 인류의 보편적 관심을 조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나는 소설의 힘이 개별성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세계적인 보편성을 처음부터 추구하면 오히려 정직한 소설을 쓸 수 없지 않을까. 독자들이 소설 속의 인물들과 공통점을 발견하는 것 못지않게 '나와 다르다'는 사실이 소설 읽는 재미를 높인다. 문학은 '다른 문화권의 사람은 어떤 이들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구하는 서사적 모색이기도 하니까."

―이 소설은 화자(話者)들이 번갈아가며 전쟁과 자신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여러 화자를 내세운 이유는 무엇인가.

"전쟁은 한 개인의 시선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집단적 성격을 갖고 있다. 게다가 사회적 지위와 성(性), 인종 등의 조건에 따라 각자에게 다른 경험으로 다가온다. 남자와 여자가 겪는 전쟁이 다르고, 부자와 가난한 자가 겪는 전쟁이 다르다. 그런 다양한 모습들을 가능한 한 많이 담으려 했다. 소설을 쓰는 나 또한 하나가 아니다. 나는 흑인·아프리카인·나이지리아인·이보족·페미니스트·휴머니스트라는 다양한 정체성들로 나 자신을 정의한다. 따라서 '그 모든 요소를 가진 내가 무엇을 어떻게 쓰는가'가 곧 내 정체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