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가 보여준 명확한 사실은 한국의 영해(領海) 내에서 해군 함정이 두 동강 났다는 것이다. 전시(戰時)가 아닌 상황에서 세계 해군사에서 전례 없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는 잠수함으로부터 어뢰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당하는지도 모르고 당했다면 바다를 지켜야 하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잠수함 전력(戰力)을 강화해야 한다. 잠수함의 세계는 잠수함 세력 건설을 얼마나 먼저 시작했느냐는 경험이 중요한데 한국의 잠수함 전력은 북한보다 30년 뒤늦게 건설을 시작했다. 바다 밑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북 군사력은 경제 성장에 힘입어 육·해·공군의 전력이 대부분 우세한데 유독 취약한 재래식 군사력이 수중(水中) 전력이다.
북한이 보유한 325t 상어급 잠수함은 크기가 작아 추적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 대잠(對潛)능력을 강화하지 않고는 천안함 사태와 같은 일이 또다시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세계 최고의 이지스(Aegis)함 세종대왕함도 가장 두려운 위협이 잠수함이다. 예비역 해군 간부는 "아무리 막강한 이지스함이라 할지라도 잠수함 함장에게는 바다에 떠 있는 하나의 목표물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가한다.
한·미 공조(共助)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잠수함 전력은 세계 최고다. 한반도 주변 해역을 가장 잘 아는 국가도 미국일 것이다. 몇 해 전 중국의 핵 잠수함이 일본 영해 내로 진입했을 때 이를 일본 정부에 통보해 준 나라는 미국이다. 중국의 핵 잠수함이 중국 내 기지를 출발할 때부터 인공위성으로 추적한 미국은 동중국해 해저(海底)에 깔아 놓은 음향 케이블로 항로를 따라잡았고 일본 영해에 들어설 때 알려준 것이다.
잠수함 전력은 은밀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속수무책으로 묶어놓은 채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군사 강국들은 모두 잠수함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잠수함 16척 체제를 유지한다. 척당 1조원에 가까운 잠수함을 매년 1척씩 퇴역시키고 새로 건조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일본밖에 없다. 그래서 잠수함 나이 평균이 7.5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젊다. 잠수함을 추적하는 데 꼭 필요한 대잠 초계기 P3-C도 100여기 보유하고 있어 작전 영역에 비해 가장 많아 또 하나의 세계 기록을 세우고 있다. 한국은 이 대잠 초계기를 16대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섬나라인 일본은 오래전부터 바다 밑 공격에 대비해 왔다. 그래서 "아시아에서 일본 잠수함을 대적할 나라는 없다"고 전 해상 자위대 간부는 자신한다. 천안함을 잃은 우리도 이제는 "최소한 한반도 해역 안에서는 천안함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어야 한다.
위기관리 체계도 재정비해야 한다. 세계의 군사전략이 신속 대응체제로 변환되고 있는 마당에 천안함 사건 발생 이후 수십 분간의 실종된 시간은 더 많은 희생을 초래하고도 남을 충분한 시간이었다. 명확한 원인이 드러나 누구의 소행이었는지 밝혀지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46명의 아까운 젊은 생명이 희생됐다. 천안함 사건은 대한민국의 안보, 특히 잠수함 전력과 대(對)잠수함 전력이 거듭 태어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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