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용택 前 국방장관

우리 해군은 20여년 전에 1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세계 최첨단의 '한국형 해군 전투 지휘체계(KNTDS·KOREA NAVAL TACTICAL DATA SYSTEM)'를 도입했다. 전투 함정들과 함대사령부, 해군작전사령부의 전투 상황실에 전투 현장 상황이 동시에 나타나 모든 지휘관이 즉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지휘체계이다. 천안함은 백령도 근방의 접적 해역에서 순시 작전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시스템이 당연히 가동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천안함 사태시 합참의장에게 사건 발생 49분이 지나서야 상황보고가 접수되었다고 한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KNTDS'라는 최첨단 지휘체계가 왜 침묵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혹시라도 이 시스템의 운용 인력 배치나 제도상의 문제는 없었을까. 앞으로 철저히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합참의장은 국방부 장관의 보좌관이 아니라 평시에 일어날 모든 군사 조치의 최고책임자이다. 그러므로 24시간 내내 1분 대기(待機) 개념으로 잠을 잘 때도 비상 전화를 옆에 두고 있어야 한다. 이번에 우리 군은 사건 당일 전군의 주요 전투 지휘관들을 계룡대에 집결시켜 회의를 했다고 한다. 분·초를 다투어 작전에 임해야 할 해·공군의 작전지휘관까지도 모두 모았다면 한국군의 군사 대비 태세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북한은 지난 60년 동안 예기치 못한 도발을 수없이 감행했다. 그러나 우리는 1999년 제1차 연평해전을 빼놓고는 응징다운 응징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1999년 5월 서해 NLL 선상에서 남·북 해군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을 때 국방부는 교전 지침을 전군에 보냈다. "만일 북이 먼저 도발해오면 상급 부대에 보고하기에 앞서 각 지휘관이 무력 수단을 총동원하여 몇 배로 응징한 뒤 보고하라." '선보복 후보고(先報復 後報告)'하란 지시였다. 이에 따라 제1차 연평해전에서 우리 해군 지휘관들은 상급부대 허가 없이 응징할 수 있었다. 북한의 전술 전략과 그들의 과거 행태로 볼 때 이는 앞으로도 지켜져야 할 중요한 교전 규칙이다.

만일 이런 군의 선(先) 응징조치가 사회·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경우에도 군 지휘관에게 절대로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오직 '정무직'인 국방장관이 모든 정치·법률·도의적인 책임을 감수해야만 한다. 만일 군 지휘관에게 조금이라도 책임을 묻는다면 모든 지휘관은 상급자의 허가가 있을 때만 응징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장에서 효과적인 응징을 할 수가 없어, 실기(失機)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 사태의 경우 속초함장이 사격 허가를 받고 나서야 격파 사격을 했다는 보도를 보고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답답할 뿐이다.

천안함 사태는 처음부터 국가 안보상 중대사태였다. 그러나 정치권의 대응은 아쉬움이 많다. 인내심을 갖고 군을 격려하고 지켜봤어야 한다. 국방장관을 비전문적인 정치 현장에 불러내 군사기밀을 마구 쏟아내면 사태수습을 어렵게 하고 국민을 혼란케 한다. 언론도 추측성 보도를 남발해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국민의 판단에 혼선을 초래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만일 천안함이 북의 어뢰로 침몰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북은 은밀하게 우리 전투함을 타격할 정교한 무기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심각한 안보 위협이다. 해군은 이런 북의 도발에 대한 수중(水中) 대응 전력 확보를 우선적으로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