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신영철 사장은 2005년 3월 야구단 사장으로 부임했을 때 "은퇴 수순을 밟는다"고 생각했다. 그룹 홍보를 책임지는 임원에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야구단 사장으로 '좌천'됐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실망감이 컸지만, 회사에서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2년 동안 고민했죠. 아무 생각 없이 떠날 때를 기다리는 건 체질에 안 맞거든요."

2006년 말 신 사장은 '스포테인먼트'라는 생소한 단어를 들고 나오며 야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인 이 말은 야구장을 찾는 팬에게 단순한 야구경기 외에 다른 즐거움을 제공해 야구장을 놀이터로 만들자는 개념이다. 스포테인먼트 도입 이후 2006년 경기당 평균 5256명에 불과했던 SK의 관중 수는 2007년 1만419명으로 두 배나 늘었고, 2008년 1만1972명, 지난해 1만2556명으로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스포테인먼트를 한국 스포츠 마케팅을 대표하는 단어로 만든 신영철 사장은 2007년 올해의 PR인 상과 제3회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 최우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작년 11월 신 사장은 '그린 스포츠'라는 신상품을 내놓았다. SK의 홈 구장인 문학구장 좌측 외야를 잔디밭 관람석으로 꾸미고 태양광 발전 설비, 전기 셔틀버스 운영 등 '친환경 스포츠'를 주창한 것이다. 이후 그린 스포츠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주도 아래 전 야구계로 확산되고 있다.

신 사장이 '아이디어 뱅크'라는 데 프로야구계에 이견이 없다. 이런 평가에 대해 그는 "각계 전문가들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수시로 포럼도 개최하면서 아이디어를 얻는다"면서 "문제는 아이디어의 실천"이라고 했다. 스포테인먼트나 그린 스포츠나 예전부터 많이 알려졌던 개념이지만 실제 추진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얘기였다. 그는 "직원들이 '다 안다'고 말만 하면서 실제로 하지 않은 일을 하게 만드는 것, 그런 DNA를 조직에 심는 것이 리더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정만원 구단주 대행의 전폭적인 지원도 큰 힘이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학창시절 복싱선수로서 전국체전에도 출전했다는 신 사장은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의 SK 영입 뒷얘기도 공개했다.

"솔직히 주변에서 김 감독의 고집이 강하다고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점만 보지 말고 그 사람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며 일본에 세 번이나 찾아가서 계약을 성사시켰죠. 사실 스포츠에서의 성적은 운이 따라야 하지만 운도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SK가 선수들의 줄부상을 딛고 선두로 올라선 요즘 신 사장은 또 다른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다. "SK 팬에게 '와이번스 정신'과 감동을 선물할 때까지 아이디어를 짜내는 일을 그만두지 않겠다"는 신영철 사장이다.

☞신영철 사장은
▲1955년 2월 28일 대구 출생 ▲경신고-중앙대-고려대 정책과학대학원 ▲SK텔레콤 홍보실장 겸 기업문화실장(2002년) ▲SK와이번스 사장 겸 SK텔레콤 스포츠단 단장(2005년) ▲한국농구연맹(KBL) 이사(200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