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권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
피격 현장이어야 자위권 있다면 영토·주권 포기하는 것
모든 국가는 국제법상 자위(自衛)권이 인정된다. 유엔헌장 제51조에는 "회원국은 무력 공격이 발생하면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갖는다"고 돼 있다. 1974년 유엔총회는 '침략의 정의에 관한 결의'도 채택했다. 이 결의 제3조d는 '일국의 군대에 의한 타국의 육해공군 또는 선단 및 항공대에 대한 공격'은 선전포고에 상관없이 침략행위로 규정했다. 또 국제사법재판소는 유엔헌장에 나오는 '무력 공격'에 대해 1986년에 '가장 중대한 형태의 무력행사'로 정의했다. 따라서 천안함에 대한 어뢰공격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우리 군에 대한 무력공격으로서 자위권의 행사요건이 된다.
전통적 국제법은 무력공격 외에 '필요성'과 '비례성'이 있어야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 '필요성'을 매우 좁게 해석해, 가령 어뢰 공격이 사실이라 해도 '긴급성'이 소멸되어 자위권의 행사는 무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2차대전 후 국제법의 발달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실제로 미국은 9·11테러 1개월 후 탈레반에 대한 자위권 행사를 명분으로 아프간전을 개시했다. 영국은 포클랜드 섬을 침공당하고 3주일 후에 아르헨티나를 공격했다. 이라크전은 부시의 유엔총회 연설 후 6개월이 지나 시작됐다. 2003년 미국과 이란의 원유 플랫폼 사건은 이러한 자위권의 행사요건을 재확인했다.
‘긴급성 소멸’ 주장에 따르면 어뢰공격을 받은 나라는 그 즉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인데 어불성설이다. 지금은 핵무기의 발달로 무력 공격이 발생하기도 전에 선제적 자위권 내지 차단적 자위권까지 인정된다. 계속되는 작은 도발에 대해서도 ‘누적사건론’ 입장에 따른 자위권도 인정된다. 무력 공격 직후에 국한하여 자위권이 행사돼야 한다는 주장은 정치적 독립과 영토보전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위권 행사의 정당성과 실제 자위권 행사는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자위권이 있지만 행사하지 않는 것과 처음부터 없다고 하는 것은 명백히 다르다.
자위권 행사와 무력 보복 구별해야
현실적 급박함 있어야 자위권 인정돼 안보리 통과 어렵다
천안함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주체가 북한이라는 증거가 확실해지면 당연히 단호한 응징이 뒤따라야 한다. 한국이 주권국가로서 우리 영토 내에서 발생한 공격에 대해 자위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유엔헌장 제51조는 유엔회원국에 대하여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 안전보장이사회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했다. 다만, 자위권을 행사함에 있어 회원국이 취한 조치는 즉시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해야 하며, 자위권이 발동되기 위해서는 외국으로부터의 침해가 현실적으로 급박한 것이어야만 한다고 되어 있다. 즉, 단지 침해의 위협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자위권을 발동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을 둘러싼 논란은 두 가지 문제로 귀착된다. 첫째, 북한에 대한 보복 응징은 자위권 행사인가, 아니면 무력 보복인가. 둘째, 자위권이 인정된다 해도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이다.
유엔헌장은 분쟁당사자 간에 우선 평화적 절차에 의한 해결을 촉구하고, 해결이 안 될 경우 유엔안보리에서 비군사적(41조), 혹은 군사적(42조)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때문에 북한의 도발 즉시 대응하지 않는 한 ‘일반적 자위권’ 행사가 아니라 무력 보복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결정할 선택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 사례처럼 ‘응징 보복’을 감행할 것인지, 아니면 국제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이다. 무력 보복을 선택할 경우 남북간의 전면적 교전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국제법적 절차를 따를 경우 확실한 증거 확보와 함께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을 움직여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우리 정부는 마땅히 무력 응징부터 법적·외교적 대응까지 가능한 모든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무력 보복을 미리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남북한의 대치상황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여건을 고려할 때 정책적 선택지는 결국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으로 좁혀질 수밖에 없다.
작전권은 법리에 앞선 주권의 문제
어느 나라든 작전권은 통수권자가 보유 한미 협조는 별개 문제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공격에 따른 것으로 확인되고 대북 군사 제재가 결정될 경우 당연히 우리 국군이 단독으로 작전을 실행할 권한을 갖고 있다.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듯이, 어느 나라든 그 나라 군대의 작전통제권은 궁극적으로 그 나라의 국군 통수권자에게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대통령이다.
한반도 유사시 전시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령관이 갖고 있다. 전시가 아닌 평시 작전통제권의 경우도 연합 권한위임사항(CODA)의 경우엔 연합사령관에게 위임돼 있다. 이 위임사항 중엔 대북 군사제재가 해당되는 사항이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군함이 적의 공격으로 침몰하고 그에 대해 우리가 불가피하게 대북 보복조치를 강구해야 할 경우 그 결정권은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이는 세세하게 법리적으로 따질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CODA 차원을 벗어나는통치권, 주권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대북 군사제재를 결심했을 때 한미연합사령관이 “노(No)”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또 대북 군사 제재 감행시 전시(戰時)인 ‘데프콘(방어준비태세) 3’ 상태에 들어가 한미연합사령관(미군대장)이 전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든 미국은 결코 김정일의 반응을 의식해서 대한민국과 등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6ㆍ25전쟁 때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반공포로를 석방했었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에도 그런 예는 몇 차례 있었다. 우리에겐 또 한미연합사의 작전통제를 받지 않는 부대들도 있다.
다만, 우리 단독으로는 확실한 전쟁 억지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연합 지휘체제인 한미연합사를 효과적으로 가동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한미 연합사의 존재가 우리 군사 주권을 저해하는 요소이고 우리가 대북 보복을 할 때도 반드시 승인을 받지 않으면 안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미간의 협조 아래 운용되는 긴밀한 군사협력 체제일 뿐이다.
한미연합사령관에 위임된 사항
평시 작전권 환수때 한미연합사에 위임 한미 공감대가 필수
천안함 침몰이 북한에 의한 도발임이 판명될 경우 우리 정부는 유엔안보리 상정, 경제제재, 직접적 군사보복 등을 검토할 수 있다. 그중 대북 군사보복은 한미연합사령부 차원에서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하에 그 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지난 1994년 12월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평시(平時) 작전통제권을 환수하면서 6개 핵심사항에 대해서는 단독 작전행사권을 포기하고 주한미군이 맡고 있는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연합권한위임사항(CODA·Combined Delegated Authority)으로 위임했다. 구체적으로 한미연합사령관은 ▲전쟁억제와 방어를 위한 한·미연합 위기관리 ▲전시 작전계획 수립 ▲한·미연합 3군합동 교리발전 ▲한·미연합 3군합동 훈련 및 연습의 계획과 실시 ▲조기경보를 위한 한·미연합 정보관리 ▲지휘통제(C4I) 상호운용성 등 6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일 경우 군사적 조치를 한다는 것은 CODA의 첫 번째 사항인 ‘전쟁 억제와 방어를 위한 한·미연합 위기관리’에 해당한다는 것이 양국 정부와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이처럼 평시에도 위기관리를 위한 권한을 위임한 것은 북한의 도발에 의해 위기가 고조될 경우 한반도는 언제든지 전쟁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과 사전 협의 없이 한국이 독자적으로 대북 군사보복을 감행한다는 것은 한미연합방위체제의 틀을 벗어나는 결정이다. 군사보복은 언제든지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에 천안함사태와 관련한 위기 상황 평가에 대해 한미가 전략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 군사조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에도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경우 국가 위상은 실추될 것이다. 북한이 계속 도발의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북 군사조치는 반드시 한미연합사 틀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북한의 의도에 말려든다. 철저한 한미공조와 국제공조를 통해서 이 문제에 슬기롭게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