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누를 수 없게 하는 유머 서사로 독자를 사로잡아 온 소설가 성석제(50)씨와 일상에서 발견한 삶의 다양한 표정을 고농도 해학으로 표현하기를 즐기는 화가 최석운(50)씨가 17일 제주도를 함께 찾았다. 19일까지 제주에 머물며 올레길을 걷고 오름들도 등반하는 두 작가는 "길의 의미를 글과 그림으로 함께 표현하는 공동작업을 준비 중인데, 소재를 얻으러 왔다"고 이번 여행의 의미를 설명했다. 두 작가의 작업은 제주현대미술관(8월)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밥(9월)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이번 제주행에는 두 작가를 좋아하는 독자와 그림 애호가들도 함께했다.
두 작가는 생물학적 인연도 남다르다. 태어난 달과 날까지 같은 진짜 동갑내기로, 오전(성석제)과 오후(최석운)로 태어난 시각만 다르다. 해학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예술관도 사주(四柱) 못지않게 서로 닮았다. 최 화백은 "내가 생각하는 미술과 그가 생각하는 소설의 지향점이 같다는 것도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라고 했고, 성석제씨는 "같은 생각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서로의 예술에 대해 끌림 못지않은 호기심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작가는 17일 오후 저지오름을 등반하며 각자의 예술에서 해학이 지니는 의미를 주고받았다. 최씨는 "폼 잡고 무겁게 그리기 싫은 것은 아무래도 내 체질인 듯하다"고 하자, 성씨가 맞장구를 쳤다. "나도 무엇을 달성한다기보다는 유머가 내 건강에 좋고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도 좋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작품을 씁니다."
두 작가는 문학과 미술의 교류를 여러 방식으로 실험하고 있다. 최 화백은 "지난해부터 성석제씨의 소설을 읽고 있다"며 "소설에 표현된 다양한 해학의 경지를 그림으로 그려 내년쯤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학과 미술이 지금처럼 각자의 길만을 가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도 공유한다. 성석제 작가는 "전에는 소설가와 화가가 함께 작업하는 일이 많았는데, 언제부턴가 각자의 전문성만을 추구하면서 교류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최 화백이 지난달 발간된 성석제씨의 소설집 '인간적이다'의 표지그림을 그리고, 15일부터 서울 논현동의 갤러리 로얄에서 열리는 '최석운 개인전'의 도록 머리말을 성석제씨가 쓴 것도 단순한 친분을 넘어 "문학과 미술의 벽을 낮춰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최 화백은 "그림을 캔버스에만 그릴 이유가 있느냐. 책 표지에 그려도 그림은 예술이 된다"고 강조했다. 성 작가는 "도록의 서문을 쓰는 느낌이 마치 화가와 소설가가 손을 잡고 춤을 추는 것처럼 흥겹더라"고 거들었다.
최 화백은 성씨의 소설집 '인간적이다'에 수록된 '감동의 힘'이라는 작품을 읽는 것으로 두 사람의 사귐이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책과 그림과 음악에 감동하는 것은 '감동이라는 무병장수의 명약'(204쪽)을 먹는 것이기도 하다는 내용을 낭독하자 동행한 이들이 박수로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