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새날학교는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가정, 새터민가정 등 한글과 우리나라 문화에 익숙지 않은 국내 정착 외국인들의 자녀 교육을 지원하는 대안학교다. 2007년 1월 광주 광산구 삼도동 옛 삼도남초교 교실 3칸을 빌려 개교했다. 지역 의료인과 교사, 기업인들이 뜻을 모아 세웠다. 지역의 다문화가정 등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들의 자녀 교육을 지원할 만한 대안 교육시설이 부족했기 때문. 그렇다고 문화적 차이와 높은 언어 장벽을 뚫고 국내 정규 학교를 다니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 이런 이유로 80여명의 초·중·고교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대안학교로서 정식 학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최근 이 학교에 학생들이 한글을 혼자서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컴퓨터용 프로그램이 기증됐다. 교육용 콘텐츠 보급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광주의 토종 기업 ㈜파란정보기술(이하 '파란정보')이 언어 습득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뉴 퍼펙트 코리언 2009(NPK-2009)'라는 한국어 학습프로그램을 무료 제공했다. 파란정보는 3000만원 상당의 NPK-2009를 컴퓨터 10대에 설치했다. 컴퓨터 한 대당 중국어·일본어·베트남어 등 15개 언어가 각기 깔려 있어 학생들은 출신 나라에 따라 맞춤별 학습이 가능하다.
새날학교는 "아이들이 따로 학원에 갈 필요 없이 이 프로그램만 활용해도 높은 수준의 한국어를 배우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파란정보가 NPK-2009 개발에 착수한 것은 4년 전. 그리고 지난해 9월 각고의 연구와 노력 끝에 15개 언어로 한글을 습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됐다. 15개 언어를 적용했기 때문에 통역과 번역 전문가만 50여명이 참여했다. 전남대와 중국 원저우대학, 베트남 하노이대학과도 손을 잡아 전문성을 확보했다.
파란정보 전원현 연구소장은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라도 컴퓨터로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한국어 체득이 가능하다"며 "특히 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한국어 소통 능력이 향상돼 안전사고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NPK-2009는 한글의 창제원리부터 자·모음 학습, 발음, 낱말, 문법, 구문, 독해, 생활회화까지 단계별 개별 학습이 가능하게 내용이 짜여 있다. 언어 능력 향상은 물론 한국어 관련 시험대비도 거뜬하다는 평가다. 단어 1만개, 문장 8000개, 회화그림 300개, 모의고사 문제 8000개가 초·중·고 3단계로 나뉘어 구성돼 있다. 개발된 15개 언어로는 일본어·영어·중국어·러시아어·베트남어·태국어·캄보디아어·몽골어·네팔어·필리핀어·파키스탄어·스리랑카어·인도네시아어·미얀마어·방글라데시아어. 파란정보는 앞으로 매년 5개 언어를 추가할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는 빈약한 인지도. 투입한 예산 규모와 노력의 양, 프로그램의 성능에 비하면 현재 NPK-2009 공급량은 미비한 상태다. 본사가 지방에 있다 보니 판매를 담당할 수도권 총판업체를 선정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의 인식 부족으로 프로그램 배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문화센터를 관리하는 보건복지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개당 20만원에 달하는 NPK-2009 구입을 꺼리고 있고, 지자체도 예산이 없다며 구입에 소극적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민간업체가 대신해 4년의 연구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외국인 전용 한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도 이 같은 이유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은 100만명. 이들은 물론이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은 현지 거주 외국인들을 감안하면 파란정보과 같은 민간업체가 만든 양질의 한글 프로그램 보급이 시급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국의 우수한 문화를 전세계에 전파하기 위해선 한글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파란정보는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호남대와 동신대에 프로그램 공급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는 등 나름의 시장을 뚫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중국과 싱가포르, 대만 등지로 수출길도 열고 있다.
파란정보 이영락 대표는 "음악과 드라마로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류바람이 불고 있고,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 등이 늘면서 한글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정작 한글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없었다"며 "많은 개발비를 들여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지자체와 정부의 인식과 예산 부족으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못 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의 ☎1588-2577, (062)385-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