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 중엔 산업화 이후의 새로운 국가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내에 전략추진 기구를 설치해 운영하는 나라들이 있다.

영국은 내각사무처에 중앙정책검토실(CPRS)을 설치해 국가 전략 수립 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있다. CPRS는 각 부처의 핵심 이슈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국가전략과 정책 우선순위를 검토해 반년에 한 번씩 내각에 브리핑한다. 실장은 학자나 민간연구소장 등 외부인사가 맡고 15~20명의 스태프는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가 절반씩으로 구성된다.

독일도 브란트(Brandt) 총리 시절 총리비서실에 기획총국을 설치해 전략 기획 및 조정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획총국은 국장급 공무원을 기획요원으로 참여시켜 정책의 우선순위 결정과 조기 보고체계를 갖추고 향후 6개월 내에 추진될 주요 정책을 취합해 한눈에 보여주는 국정상황시스템을 구축했다.

일본도 2009년 민주당 하토야마 정권 출범 뒤 총리 직속의 국가전략국을 설치해 경제 운영 및 중요 정책에 관한 기획과 조정 역할을 맡겼다. 국가전략국은 정치인 출신의 장관, 부장관(2명), 정무관 등으로 구성, 관료 주도형 행정시스템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후 1990년대부터 정체상태에 빠진 국가발전의 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다.

영국과 독일의 국가전략추진체계는 부처와 관련된 현안에만 매달리는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장기적 관점의 국가전략을 설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독일 기획총국의 경우 설계자인 브란트 총리 퇴임 후 얼마 안 가 해체의 길을 걸었다. 이는 국가전략 수립에 정치지도자의 후원이 결정적임을 보여준다. 정치적 후원이 끊어지면 당장 자율성 침해를 우려한 개별 부처의 반발로 장기적인 국가전략 수립은 부처와 갈등을 빚다 좌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고 부처 이익 등 관할권에 민감한 공무원으로만 전략추진체를 구성할 경우 여러 분야를 거시적 안목에서 아우르는 국가전략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12일자 A19면 '하토아먀, 국가전략국 설치…' 기사 제목에서 '하토아먀'는 '하토야마'이기에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