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가 3년 만에 국내 남자 프로농구 정상에 복귀했다.

모비스는 11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9~2010시즌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6차전에서 전주 KCC를 97대59로 대파, 4승2패로 우승했다. 2006~2007시즌 이후 3년 만이다. 시즌 전 우승 후보로 꼽히지 못했던 모비스가 정상에 오른 데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감독 유재학의 변신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지장(智將)' 스타일이다. 그는 다양한 전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훈련 때 선수들을 무섭게 다그친다. 경기 때도 실수에 대해선 불같이 화를 낸다. 하지만 올 포스트 시즌에서 유 감독의 화난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실수가 나와도 "정규리그 1위 한 것만 해도 잘한 일"이라며 야단 대신 격려를 했다.

유 감독은 동부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 앞서 이례적으로 선수들과 2박3일 바닷가 여행을 떠났다. 4일 3차전에서 KCC에 패하고 나서도 "집에서 푹 쉬고 오라"며 하루 휴가를 주며 선수들의 긴장감을 풀어줬다. 평소 스타일을 버리고 유 감독이 '덕장(德將)'으로 변신한 것은 포스트 시즌 때 모비스 선수들이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계속 패했던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동료들이 인정한 MVP였다. 모비스 함지훈(가운데)은 시즌 내내 모비스 공격과 수비의 핵심 역할을 했다.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전 MVP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모비스의 삼총사

유 감독은 우승 후 "강한 훈련을 불평 없이 따라준 모든 선수가 MVP"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모비스에는 KCC가 갖지 못한 '삼총사'가 있었다. 파워포워드 함지훈은 건실한 골밑 플레이로 국내 최장신 하승진(2m22)이 빠진 KCC와의 골밑 싸움에서 우위를 이끌어냈다. 함지훈은 챔피언결정전 6경기에서 평균 16.0점 6.3리바운드 5.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정규시즌에 이어 챔피언전에서도 MVP의 영예를 차지했다.

또 2006~2007시즌 우승 당시 정규시즌·챔피언전 MVP에 올랐던 양동근은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올 시즌에 공백 기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조직력 농구를 진두지휘했다.

또 돌출 행동을 일삼는 KCC의 외국인 선수와는 달리 튀지 않는 건실한 플레이로 '한국형 용병'으로 불리는 던스톤은 6차전에서 37점 13리바운드 4블록슛으로 우승의 또 다른 주역이 됐다.

한편 하승진의 부상으로 KCC 허재 감독은 포스트 시즌 내내 고민에 빠졌다. 허 감독은 벤치 신세를 지던 하승진을 모비스에 1승3패로 벼랑에 몰린 5차전 경기 막판에 전격 기용해 성공했다. 6차전에서는 1쿼터 초반 팀이 몰리자 일찌감치 하승진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날 하승진은 오히려 골밑에서 자리도 못 잡고 실책을 저질러 허 감독의 승부수는 '악수(惡手)'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