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배우인가, 일본의 가수인가. 일본에서 배용준 버금가는 인기를 얻고 있는 류시원(38)이 8일 일본에서 7집 앨범 '우랄라(Ulala)'를 발표했다. 이 앨범은 하루 만에 3만여장이 팔려나가며 오리콘 일간 차트 2위에 올라섰다. 일본에서 그는 성공한 가수다. 6년여간 7장의 앨범을 모두 히트시키며 '톱스타' 자리에 올라섰다. 하지만 그 사이 한국의 배우 류시원은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만 갔다. 일본에 그를 알린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2001년) 이후 9년간 그가 출연한 드라마는 고작 2편. '웨딩'과 '스타일' 모두 시청률은 낮았고, 그의 캐릭터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국과 일본에서의 인기가 극명하게 갈리는 대표적 '냉·온탕(冷·溫湯)' 스타 류시원은 이런 상황 때문에 고심 중이다.

일본에서 가수로 활동하는 류시원이 지난해 콘서트에서 노래하는 모습. 그는 최근 7집 앨범을 일본에서 발표하고 활발하게 팬들을 만나고 있다.

한류 스타인가 제이팝 가수인가?

류시원이 본격적인 일본 활동을 시작한 건 2004년부터. 당시 대부분 한류 스타들이 '깜짝 이벤트'로 일본 활동을 했지만 그는 온몸을 던졌다. '아름다운 날들'로 얼굴을 알렸지만 부족한 일본어 실력을 감안해 연기보다는 노래로 팬들을 만났다. 그의 소속사인 알스 컴퍼니 박보아 팀장은 "한류 스타보다는 제이팝시장의 인기 가수로 팬들에게 인식되고자 한다"고 했다. 그의 히트곡 대부분은 오리콘 주간 차트 2~5위에 올랐다. 앨범은 3위가 최고 기록. 콘서트는 50만명이 넘게 봤다. 도쿄 중심가인 롯본기에는 류시원의 관련 상품만을 판매하는 'KPR(Korea Prince Ryu Si Won)' 빌딩이 2개나 있다. 6년간 그와 관련된 파생상품 일본 매출액은 1000억원이 넘는다.

한국에서는 존재감 약해진 배우

하지만 한국에서 류시원이 처한 상황은 안쓰럽다. 지난해 그는 '스타일'을 통해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지만 "변함없는 귀공자 스타일 지겹다", "데뷔 후 15년간 제자리걸음" 등의 비판을 받았다. 알스 컴퍼니 관계자들은 "카레이싱이 취미인 류시원은 남성미 넘치는 역할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고 하지만 '부드러운 마음속 연인'으로 그를 따르는 일본 여성 팬들을 고려하면 급격한 이미지 변신도 힘들다. 한 해 6~8개월씩 일본서 가수활동을 하기 때문에 한국의 드라마 촬영 스케줄에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 알스 컴퍼니 류시관(류시원의 형) 대표는 "시원이가 한국에서 배우로 저평가 돼 있는 게 정말 아쉽다"며 "일본에서 급작스러운 인기를 얻게 돼 배우로서 진지하게 연기 고민을 해야 될 시점을 놓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지화 한류 스타 류시원의 미래는?

류시원은 효과적인 '현지화 전략'으로 성공한 한류 스타. 소니 뮤직 코리아 신성미 제이팝 부장은 "일본 여성 팬들은 스타가 거만한 태도를 버리고 성의를 다 하는 모습을 보일 때 완벽한 지지를 보내곤 한다"며 "류시원씨는 손을 뻗으면 금방 닿을 것 같은 한류 스타로서 현지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가수와 배우 겸업이 일상화된 일본에서 더 큰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좀 더 공격적으로 영화·드라마에 출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아름다운 날들'을 연출했던 로고스 필름 이장수 대표는 "류시원씨는 나름대로 자신의 고유한 캐릭터를 잘 구축해온 배우"라며 "2000년대 들어 공백이 길어져 아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