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식민지배를 받거나 전쟁을 치르면서 다른 나라에 문화재를 빼앗긴 국가들이 약탈당한 유물을 돌려받기 위해 처음으로 공동대응에 나섰다.
이집트·그리스·이탈리아·한국·중국·인도 등 16개 국가의 정부 대표들은 7~8일(현지시각) 이집트 카이로의 오페라하우스에서 '문화재 보호 및 반환을 위한 국제회의'를 열고, 약탈문화재 반환을 위한 다자간 모임을 강화해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국제회의 참가국들은 각국이 우선환수를 원하는 주요 약탈 유물 목록(wish list)을 작성해 환수 운동을 집중적으로 펼치기로 결정했다. 의장을 맡은 자히 하와스(Hawass) 이집트 문화재청장은 "7개국이 우선환수 유물 목록을 제출했고, 다른 나라들은 본국으로 돌아가 협의를 거친 뒤 한 달 내에 목록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외규장각 도서와 일본 궁내청에 있는 조선왕실 도서를 우선환수 대상 유물 목록에 올렸다. 한국 대표단장인 이경훈 문화재청 국제교류과장은 "두 문화재는 외국에 강제유출된 한국의 대표 유물인데다 현재 환수를 추진 중이라는 점을 적극 설명했다"고 말했다.
주최국인 이집트는 베를린 신(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네페르티티 왕비 흉상과 런던 대영박물관에 있는 로제타석(石), 토리노 이집트 박물관에 있는 람세스2세 상 등 5개를 우선환수 유물로 선정했다. 그리스는 19세기 초 그리스 주재 영국 대사였던 엘긴 경이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뜯어내 영국으로 가져간 벽화 조각(일명 엘긴 마블)을 목록에 올렸다.
이번 국제회의는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지 않고, 일본·영국·프랑스·독일 등 약탈한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이 참석하지 않아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그동안 약탈문화재 환수를 위해 개별적인 활동을 펼쳐온 피해국들이 공조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와스 의장은 “유물을 빼앗긴 모든 국가에 오늘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날”이라며 “그동안 혼자 싸워왔지만 이제는 하나가 됐고 우리는 다 함께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훈 문화재청 국제교류과장은 “유네스코 산하에 1970년에 체결된 ‘문화재의 불법반출·소유권 양도 금지와 예방 수단에 관한 협약’에 따라 설립된 ‘문화재 반환 촉진 정부간 위원회(ICPRCP)’가 있지만 협약 이전에 약탈된 유물들에 대해서는 소급적용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이 협약이 1970년 이전 약탈 유물에 대해서도 적용되도록 개정하는 것이 큰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