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북항과 신항간 화물 쟁탈전이 본격화하면서 물동량이 급감한 북항쪽 부두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 들어 운영 선석이 17개로 늘어난 신항의 가동률이 훌쩍 높아지면서 북항 부두들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특히 북항 일부 부두의 경우 "선석 운영을 중단하겠다"는 포기 선언을 하고 나설 정도다.

7일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부산항 북항 감만부두 4개 선석 중 1개 선석(船席·선박이 물건을 내리거나 싣기 위해 서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허치슨 부산컨테이너터미널(HBCT)측은 "다음 달 1일부터 선석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최근 통보해 왔다. 허치슨 터미널측은 지난달에는 자성대부두(5개 선석) 중 3개 선석을 2014년까지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BPA측에 밝혔다.

허치슨 터미널측은 "감만과 자성대에서 처리하던 물동량 중 40%가량이 신항으로 옮겨가 부두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물동량 감소와 하역료 덤핑이 극심해 아주 어려운 처지"라고 말했다. 허치슨은 북항 자성대컨테이너터미널에서 처리하던 물동량 100만개(6m짜리 컨테이너 기준)를 부산신항 현대상선부산신항터미널(HPNT)에 뺏겼다.

컨테이너선 선석이 텅빈 채 선하역 작업이 멈춰 있는 부산 북항 감만부두. 물동량이 신항으로 옮겨가면서 부산 북항의 컨테이너 부두 운영사들이 부두 운영 중단을 선언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BPA측은 국가기간시설인 컨테이너 부두를 운영 중단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며, 선석 반납에 대해서도 '수용 불가' 입장을 통보했다. 이 같은 상황은 북항에 있는 BICT,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 등 나머지 부두들도 마찬가지다. 허치슨의 경우 현대상선측이 자가 터미널을 신항에 만들어 물량을 빼간 경우이지만 물량은 한정돼 있는 상태에서 선석 수는 신항과 북항을 합쳐 2배가량 증가했기 때문에 나머지 운영사들의 운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선석을 반납할지, BPA측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할지 고민 중이며, 구조조정 등 각종 대응책 마련에 업체들이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업체들 간에도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항의 대한통운 컨테이너터미널에서도 선석 반납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운영사들은 정부가 북항 자성대부두와 감만부두를 적절히 보상해 주고 신항에 대체부두를 마련해 줄 것 등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이런 추세는 계속 가속화하는 추세다. 박호철 부산항만공사(BPA) 마케팅팀장은 "올해부터 본격 운영되고 있는 신항 때문에 물동량의 본격적인 이동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물량이 신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신항 물량 증가 속도도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산항 전체 처리 물량 중 신항은 22%에 불과했고, 북항은 나머지 78%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신항에서 처리될 물량이 부산항 전체 물량 중 40~4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만큼 북항의 물량이 줄어들게 되고 북항의 컨테이너 부두 운영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2012년 4개 선석이 신항에 추가로 운영되면 신항으로 물량이 빠져 나가는 현상이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부산항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까지 겹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북항을 되살리고 북항과 신항의 기능 재배치 문제, 북항의 중단기 터미널 운영 계획 등을 검토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