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병원, 훌륭한 의사를 찾아 외국으로 가는 게 낯설지만은 않은 요즘이다. 방학이나 휴가철이면 중국·일본·동남아시아에서 수술을 받으러 온 환자들이 서울 강남과 부산의 성형외과를 채운다. 독일인들은 임플란트 시술비가 싼 치과를 찾아 국경 넘어 헝가리로 향한다. 싱가포르의 래플즈병원은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 환자가 전체 환자의 절반을 넘길 때도 있다.
의료 관광(Medical Tourism)은 전세계적으로 급격히 시장이 커지고 있는 분야다. 2005년 200억달러(약 22조원) 정도였던 시장 규모가 2007년엔 15.54% 성장한 267억달러(약 30조원)가 됐다. 2012년이면 1000억달러(약 112조원)를 돌파할 전망이다. 국가 간 이동이 쉬워지고 제3세계의 의료기술이 크게 향상되면서, 선진국 국민들이 비싼 자국의 의료비를 부담할 이유가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를 고려해 경기도는 서해안권에 '의료 관광 허브'를 만들고 싶어한다. 화성시 송산그린시티에 0.99㎢ 규모로 조성할 '화성의료관광복합단지'다. 의료와 관광을 접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화성에는 또 하나의 새로운 관광자원 '화성 바다농장'도 들어설 전망이다. 농·축산업에 친환경 에너지와 레저·휴양을 융합한 미래형 녹색복합단지다.
◆양·한방과 뷰티·디톡스 결합
미국·영국·캐나다 같은 선진국은 의료 기술은 뛰어나지만 치료비가 비싸고 수술 대기 기간이 길다. 러시아·중국·중동 지역은 대체로 수요에 비해 전문 의료 인력이 부족한 데다 시설도 낙후된 편이다. 우리나라의 의료 기술이나 의료비 수준은 양쪽 모두에서 환자를 끌어오기 충분하다.
그러나 리서치기관인 RNCOS가 2008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대만·태국 등 아시아권 9개 의료 관광 국가 중에서 한국은 선호도 7위에 그쳤다. 기술·시설·비용 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도 그걸 현실에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화성시 송산면에 들어설 '화성의료관광복합단지'는 선호도의 약점을 극복할 묘책으로 '뷰티 벨트'를 계획하고 있다. 우수한 양·한방 의료 서비스에 스파·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뷰티 센터와 기치료·디톡스·요가 체험이 가능한 웰니스 리조트 등을 결합하겠다는 것이다. 불낙지·조개구이·게장처럼 특색 있는 먹을거리를 활용해 '멋'과 '맛'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도 서 있다.
의료관광단지가 생긴다고 해서 처음부터 외국인이 많이 들리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엔 화성시나 인근 지자체 주민들이 치료와 뷰티센터 이용을 겸해 의료관광단지를 찾도록 유도하고, 이후 점점 범위를 넓혀 전국민과 국내 체류 외국인, 해외 관광객을 끌어올 계획이다. 송산그린시티에 나란히 자리할 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화성에 있는 요트 마리나 시설 등도 향후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
단계별 추진 전략을 보면 우선 2013년까지는 의료관광복합단지의 종합적인 조성 방안을 세우고, 허브 같은 약용작물 연구를 시작할 방침이다. 2014~2015년쯤 유니버설 스튜디오, 요트 허브, 국제약용식물연구소가 완성되면 패키지 관광상품을 내놓는다. 2016~2019년 정도엔 국내외 유명병원이 들어서고 웰니스 리조트나 휴양형 산후조리원을 포함한 '뷰티 벨트'가 준공된다. 이후 관광객 유치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의료 관광객을 위한 보험·금융 상품 출시를 검토해 볼 수 있다.
◆농·축산업에 레저·휴양 접목
농·축산업을 관광상품으로 판다? 얼핏 낯설게 들릴 수 있는 얘기지만 화성시 화옹호 간척지에 7.95㎢ 규모로 조성할 '화성 바다농장'에서 실제 추진 중인 내용이다. 말을 길러내고 꽃을 피워내는 농·축산 단지 안에 0.38㎢ 규모로 체재형 주말농장과 세계 각국의 전통농가를 재현한 농촌마을을 들여 레저·관광·휴양·체험을 원스톱으로 끝낼 수 있도록 하려는 계획이다.
화성 바다농장의 핵심은 농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데 있다. 기본적인 농·축산업 바탕 위에 미래형 저탄소·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갖춘 생산·연구·가공·유통·관광시설을 모아 자족형 농업 모델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경기도·화성시·한국마사회·축협과 민간 기업이 동참해 총 4954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여기 들어갈 시설은 실로 다양하다. 0.39㎢ 규모 축산 R&D단지에는 한우연구시설, 동물유전자원보전실, 동물복지시설, 임상동물실험사, 축산연구시설이 입주한다. 승용마 생산단지 1.31㎢엔 말 전문병원, 번식시설, 훈련·조련장, 실내·외 마장, 외승코스, 교육시설, 경매시설이 들어선다. 경주마를 키우는 육성단지도 1.16㎢ 부지에 따로 마련된다. 경주마의 휴양·훈련시설과 재활승마 교육센터, 마문화센터, 실험연구소 등의 조성이 계획되고 있다.
화성 바다농장에서 가장 넓은 땅을 차지하는 시설은 한우단지와 경관농업단지다. 한우 번식시설과 자연체험장, 사료작물 재배지, 식육판매유통센터까지 종합적으로 생길 한우·번식우단지의 규모는 2.37㎢쯤으로 예상된다. 아름다운 꽃밭이 줄 맞춰 꾸며질 경관농업단지는 1.04㎢ 규모로 수출용 꽃을 기르는 유리온실, 야외육묘장, 수출유통센터와 에너지 자족시설을 갖출 전망이다.
다양한 농촌형 주택을 보유한 체재형 주말농장과 테마별 전통 농가가 세워질 세계농촌마을은 광활한 화성 바다농장 중간에 위치해 있다. 바다농장의 다른 단지 곳곳에도 습지공원이나 체험·교육시설처럼 관광객이 이용할 만한 시설이 들어선다. 최첨단 농·축산업의 한가운데 빼어난 경관과 농촌 특유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