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같은 맘으로/나무 같은 믿음으로/나무 같은 사랑으로/나무 같은.../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추승균이 자신의 미니홈피 자기 소개란에 올려놓은 글이다. 십수년간 주전으로 코트를 누비며 작성해온 불멸의 기록들에 대한 공치사는 단 한 줄도 없다.

'소리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37)이 4일 전주 홈에서 열린 남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KCC와 모비스의 3차전에서 팀의 2연패 부진을 깨는 소중한 1승을 선물했다. 허 재 감독이 좀처럼 꺼내고 싶지 않았던 하승진의 이름까지 엔트리에 올렸을 만큼 중요한 경기를 맞아 추승균은 19득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 1스틸을 폭발시키며 89대78 완승을 주도했다. 평상시엔 수비 위주의 궂은 일에 주력하며 후배들 뒤에 물러나 있었지만 팀이 벼랑 끝에 몰리자 선봉장 역할을 확실히 해줬다. 전날 울산서 체력을 소진해 모두가 힘들어할 때 혼자 나이를 무색케 하는 집중력을 보이며 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추승균은 KT와의 4강 플레이오프 때도 1~3차전은 평균 3.66점에 그치며 수비 위주의 농구를 보여줬지만 4차전에서는 양팀 최다인 24득점을 몰아치며 모비스의 양동근과 함께 4강 수훈 선수로 뽑힌 바 있다.

이번 챔프전이 추승균에게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PO맨'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을 만큼 그와 플레이오프는 인연이 깊다. 97년 현대 다이냇에 입단, 부침이 심한 프로농구 코트에서 단 한 번의 이적도 없을만큼 구단의 깊은 신뢰를 받으며 팀과 영광의 세월을 함께 해왔다. 덕분에 97-98, 98-99, 2003-2004시즌에 이어 지난 시즌까지 우승하며 개인 통산 최다인 4회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챔프전 때는 최고령 MVP를 차지하며 과거 이상민, 서장훈 등에 가려온 만년 2인자의 설움을 기분좋게 떨쳐냈다.

PO 경험이 많다보니 역대 플레이오프 개인 최다 누적 기록에도 여러 부문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다 득점과 최다 야투 성공 1위를 이어오고 있고, 지난해까지 이상민이 갖고있던 최다 출전 경기 1위 기록도 올해 삼성이 4강 진출에 실패하고 KCC는 챔프전까지 올라오면서 추승균의 차지가 됐다.

KCC가 올해도 우승하게 될 경우 추승균의 기록은 더욱 화려해진다. 당장 개인 통산 5번째 최다 우승 기록을 갖게 된다. 또 전태풍 등 후배들을 제치고 또 한번 MVP를 차지하면 2년 연속 챔프전 MVP라는 진기록도 갖게 된다. 3차전을 계기로 가시화된 추승균의 숨은 야심이 앞으로 팀의 역전 우승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