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대화동 청소년역사문화교육원에서 만난 김성호(52) 원장은 7월 말 7박8일 일정으로 떠나는 몽골 의료봉사 준비로 분주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의약품을 마련하기 위한 바자회도 연다. 26㎡(약 8평)짜리 작은 사무실 벽에는 대형 몽골 지도가 걸려 있었다. 그는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남쪽으로 300㎞쯤 떨어진 곳을 가리키며 "이곳에 우리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2007년부터 고양시의 지원을 얻어 몽골문화를 체험하고 의료봉사활동을 하는 '고양시청소년몽골유목봉사체험단'을 이끌고 있다. 고양시 29개 고등학교에서 추천받은 학생들이 든든한 봉사단원이다. 여기에 고양시 의사회와 약사회, 백제약품 고양지부가 힘을 보탰다. 올해엔 동국대 일산병원 의료진 6명이 새로 합류한다.
지난해에는 고양시 고등학생 43명과 의료진 10명 등 봉사단원 68명이 이틀 동안 1200여명을 진료하고 의약품 3500만원어치를 전달했다. 봉사단은 3년 동안 고혈압이나 당뇨, 관절염 등을 앓고 있는 주민 3300여명을 진료했다.
봉사단이 해마다 찾고 있는 곳은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차량으로 10시간을 달려야 하는 돈드고비 아이막(Dundgovi Aimig)이다. 아이막은 우리의 도(道)에 해당하는 행정구역이다. 5만여명의 유목민들이 경기도의 7배가 넘는 황무지에서 양이나 말을 기르며 살아간다. 요즘 불어오는 황사의 근원지이기도 하다.
역사문화교육원에서 의료봉사를 떠나는 것은 김 원장의 역사에 대한 남다른 철학 때문이다. 그는 "교실에서 공부하는 역사보다 인류를 위해 봉사하면서 소통하는 역사를 가르치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대만의 한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그는 책상머리 역사학자라기 보다 '역사운동가'에 가깝다.
2005년 고양시 초·중·고교생 110여명과 함께 강원도 대관령에서 고양 호수공원까지 220㎞를 행진하는 등 지금까지 19차례나 국토 순례를 다녀왔다. 2007년부터는 고양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중국 현지 역사교육 프로그램의 강의를 맡고 있다. 4년 동안 고양환경운동연합 상임위원장을 맡아 쓰레기 소각장과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기도 했다.
교육원은 의료봉사 외에도 고양시 초등학교를 찾아다니며 '초록모자 전통놀이 아저씨'라는 전통놀이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저소득층과 맞벌이부부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 '달려라 뛰뛰빵빵 주말버스학교'라는 방과후학교도 운영한다. 운영비는 시와 교육청, 80여명의 회원들이 매월 1만원씩 내는 후원금 등으로 충당한다.
김 원장은 "의료봉사로 아이들의 꿈이 하나 둘 커져 가는 걸 보는 게 제일 큰 보람"이라고 했다. 지난해 의료봉사를 다녀온 정발고 3학년 유성민(18)군은 당시 경험을 중심으로 경기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가 연 봉사공모전에 응모해 보건복지부장관상을 탔다. 유군은 "몽골에 다녀온 뒤 고양시 풍동천을 아름답게 가꾸는 봉사단의 단장이 됐어요. 이제 사회복지학과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역사학자가 꿈인 박해은(18·화정고 3)양은 "이틀 동안 1000명이 넘는 환자들을 받느라 엉덩이도 제대로 못 붙였어요. 하지만 약 봉지를 만들면서 역사에 대한 막연한 관심이 구체적이 됐죠"라고 말했다.
봉사단의 작은 교류가 물꼬가 돼 고양시와 돈드고비 사이의 우호 교류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고양시는 지난해 5월 이곳에 '고양의 숲'을 조성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10년 동안 호수공원 전체 넓이와 맞먹는 100만㎡(약 30만평)의 땅에 10만 그루의 자작나무를 심기로 했다. 기초자치단체가 몽골에 숲을 조성한 것은 고양시가 처음이다. 현재 이곳에는 200m 깊이의 우물 3개를 중심으로 키 50㎝짜리 자작나무 5000그루가 자라고 있다. 봉사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고양의 숲'에 들러 양철통에 물을 담아 나를 계획이다.
김 원장은 "몽골 사람들은 우리를 무지개가 뜨는 곳에서 온 사람들이란 뜻으로 '솔롱고스'라고 불러요. 그만큼 애정이 넘친다는 의미죠. G20 정상회담 개최국 국민으로 민족적 자긍심을 높이고 내 고장 고양시가 국제도시로 나가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