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京都)를 배경으로 소설을 써 온 이 작가는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서사를 발화시켜 왔다. 이 소설집에서 작가는 교토에서 7월에 열리는 축제인 기온제(祇園祭) 기간 중의 하루인 요이야마(宵山)때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들을 옴니버스 형식의 단편 6편에 담아 전개한다. 유등이 화려하게 켜지고 온갖 먹을거리가 풍성한 요이야마의 밤거리를 거닐며 겪는 기이한 경험들은 만화영화 '센과 치히로의 모험'을 연상케 할 만큼 환상적이면서도 오싹하다.
첫번째 수록작 '요이야마 자매'는 호기심 많은 언니와 소심한 동생의 요이야마 모험담. 언니의 손을 놓친 초등학교 3학년 동생 주변에 붉은 유카타를 입은 수상한 소녀들이 나타나 축제가 한창인 교토의 거리로 소녀를 이끈다. 그곳에는 현실과는 다른 또 다른 도시가 있다. 마치 만화경 속을 들여다보듯, 소녀의 앞에는 몇개의 장면이 반복해서 나타나지만 소녀는 자신이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선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또 다른 수록작 '요이야마 회랑'에는 요이야마 날을 매일 되풀이하며 살아가는 화가가 등장한다. 골동품 상점에서 산 만화경 속에서 15년 전의 요이야마 날 저녁에 사라진 딸을 보게 된 이후, 화가는 딸과의 재회를 꿈꾸며 요이야마 날을 반복해 산다.
모리미의 소설은 익숙한 도시를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보여준다. 서울의 거리에서 축제가 벌어진다면 우리의 소설은 이 도시를 어떤 낯설고도 매력적인 공간으로 재창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