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협 단장은 전국노래자랑으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건반악기 연주자인 그는 올해 73세. 1962년 청주KBS에서 방송국 악단 생활을 시작했다. 방송국에서 5년간 일하다가 카바레·나이트클럽에서 연주자로 다시 7년여를 보냈다. 이후 1974년 TBC에 입사해 악단장 김인배씨 밑에서 건반 악기를 맡았다.

1980년 언론통폐합으로 TBC가 KBS 2TV가 되면서 KBS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1981년에 전국노래자랑에 들어와 29년째. 김 단장은 악단장으로 ‘가장 출세한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다. ‘전국노래자랑 악단장 할래? KBS 사장 할래?’라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악단장을 선택한다는 사람이다.

김인협 단장과 단원들 photo 이구희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기자는 고흥에 내려갈 때 우연히 김 단장과 같은 버스를 탔다. 휴게소에 내렸을 때 화장실 앞에서 김 단장은 모르는 여성들로부터 인사를 받았다. 여성들은 "TV에서보다 실물이 훨씬 젊게 보여요"라고 말하면서 그의 얼굴을 마구 만졌다. 저녁 자리에서 기자가 그 장면을 얘기했더니 김 단장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고흥에 도착해 중국집에 가서 볶음밥을 시켰지요. 그런데 주인과 종업원이 종이 두 장을 가져와 사인을 해달라는 겁니다. 해줬지요. 그러고 밥값을 내려는데 밥 값을 안 받겠다고 합디다. 허허.”

전국노래자랑 악단은 처음에는 5인조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11인조. 멤버는 도중에 사망한 사람을 빼놓고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기타 연주자 서인수(68)씨 역시 TBC에서 악단생활을 시작해 KBS로 옮겨와 현재에 이르렀다. 전국노래자랑만 30년 됐다.

드럼을 맡고 있는 이평진(58)씨는 전국노래자랑 경력 29년, 트롬본을 담당하는 이범기(61)씨는 28년이 되었다. 트럼펫을 부는 변형대(48)씨와 베이스기타 신재동(51)씨는 각각 20년이 넘었다. 알토 색소폰 장재봉(40)씨는 악단의 막내로 전국노래자랑만 16년 됐다. 테너 색소폰 최재훈(50)씨도 15년이 넘었다. 세컨드 키보드 송선호(48)씨는 7년. 타악기를 맡고 있는 전병찬(62)씨는 2010년에 합류했다. 악기관리를 총괄하는 강재석(49)씨는 단원들이 ‘강 실장’으로 부른다. 전국노래자랑을 따라다닌 지 25년이 됐다.

“빰빠빠 빰빠~빰~빠.”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너무나 유명한 시그널이다. 전국노래자랑 시그널 음악도 30년 전 그대로다. 이 곡은 1980년 당시 KBS악단장이던 김기웅씨가 작곡했다. “딩동댕”과 “땡”을 알리는 실로폰도 30년 전 그대로다.

현재 심사위원인 작곡가 신대성·이호섭씨는 전국노래자랑 심사위원을 맡은 지 17년이 되었다. 대중음악 작곡가들에게 전국노래자랑 심사위원은 최고의 명예로 통한다.

KBS 예능국 소속 작가 정한욱씨 역시 빼놓을 수 없다. 1991년에 전국노래자랑에 들어와 19년째 한 프로그램의 구성작가로 움직이고 있다. 정한욱씨가 합류하기 전까지 전국노래자랑은 PD가 노래 순서만 정한 뒤 나머지를 MC에게 맡기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채형석 PD는 “정한욱씨가 합류한 이후 원고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시청률이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채형석(51) PD는 1985년에 KBS에 입사한 25년 경력의 베테랑 PD. AD 시절을 포함해 전국노래자랑 연출을 4년째 맡고 있다. 하태석 PD는 1997년에 입사한 13년 경력의 PD다.

변화만이 미덕으로 통하는 시대에 전국노래자랑은 모든 게 예외적이다. 바뀌어도 서서히, 시청자들이 못 느끼게 바꾼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은 지루해하지 않는다. 제작진들은 가족처럼 끈끈한 정으로 엮여 있어 서로 눈빛만 봐도 원하는 것을 안다.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 전국노래자랑에선 경쟁력이다. 


 / 조성관 편집위원 mapl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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