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밤 천안함이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두 동강이 난 채로 가라앉은 곳은 서해 백령도 서남방 1.8㎞ 지점이다. 수심도 얕고 물살도 거센 그곳에 천안함은 왜 갔을까.

군 당국은 "경비함은 상급부대에서 지정한 구역 내에서만 경비 임무를 수행한다"면서 "사고가 난 해역은 천안함의 정상적인 경비구역이었다"고 말했다. 이 설명을 그대로 믿더라도 천안함이 백령도 남쪽 해역에 접근한 이유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 전투함의 함장인 최원일 중령이 지난 2008년 8월 함장이 된 이후 이 항로를 지나간 것은 10번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20개월 만에 10번, 즉 평균 두 달에 한 번꼴로 이곳을 지나간 것이다.

이 때문에 천안함이 모종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또는 북측의 이상 동향을 감지한 후 정보 수집·작전 수행을 위해 갔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근거로는 ▲사고 직전인 9시 15분쯤 일부 승조원들이 가족과 통화하다 '비상이 걸렸다'며 통화를 중지한 점 ▲천안함 근처의 속초함이 사고 직후 북쪽을 향해 76㎜ 주포로 격파사격을 했다는 점 등이 제시되고 있다.

군 발표와 생존자 증언 등을 종합하면, 일단 천안함은 사고 순간에 작전 중이거나 비상 상황은 아니었을 확률이 높다.

우선 함장이 배의 지휘소인 함교에 있지 않고 함장실에 있었다는 점이다. 작전을 수행 중이라면 함장이 한가하게 자기 방에 들어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생존한 일부 승조원들이 구조 당시 전투복이 아닌 간편복이나 체육복, 내복을 입고 있었다는 점도 천안함의 '평시 상태'를 뒷받침하고 있다. "샤워를 하고 있었다"고 증언한 승조원도 있다.

침몰 중인 천안함에서 해경 고속단정으로 옮겨탄 해군 장병들.

군 당국이 1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밝힌 이유는 "북한의 새로운 공격형태에 대응해 경비작전시 지형적 이점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즉 북한이 미사일이나 해안포 집중 사격 등으로 공격해 올 때 백령도를 이용해 기동하는 경비작전을 숙달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합참 관계자는 "(이 항로를 이용하지 않았던) 과거에 비해 기동공간 측면에서 좀 더 많은 융통성을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파도나 나쁜 기상을 피하기 위한 '피항' 차원이었다는 설명도 제기됐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천안함이 백령도에 접근한 이유에 대해 "피항하는 성격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합참 관계자는 "천안함이 이날 항로를 택한 이유는 둘 중 하나라기보다는 둘 모두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