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시내의 한 아파트. 응접실에서 팬티만 걸친 채 아슬아슬한 속옷차림의 여성 '무무(Mumu)'와 함께 앉은 미하일 피시만(Fishman)이 커피테이블 위에 있는 코카인을 빨대를 이용해 코로 흡입한다. 그리곤 방 안으로 들어간다. 얼마 뒤 방에서 나온그는 속옷을 입기 시작한다.'

1년 전쯤 CCTV로 몰래 촬영된, 3분 분량의 비디오 속 이 화면이 지난달 23일 공개된 이후 러시아 사회가 시끄럽다. 비디오에 찍힌 피시만의 신상과 행동 때문이다. 피시만은 러시아 사회의 불합리한 점을 고발해온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 week)의 러시아판(版) 편집장. 러시아 정부에 호의적이지 않은 그가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장면이 비디오 화면에 그대로 담긴 것이다.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 러시아판의 미하일 피시만 편집장(사진 왼쪽)과 피시만을 유혹했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추정보도한 예카테리나 게라시모바(사진 왼쪽 위). 아래는 피시만 편집장이 마약을 흡입하는 동영상 장면.

이 비디오 화면은 러시아의 포털과 유튜브에도 올려졌다. 피시만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나 친(親)정부 청년단체 '나시(Nashi·우리라는 뜻)' 등이 개입한 미인계라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스캔들은 일파만파로 커지는 중이다. 주간지 모스콥스키예 노보스티는 1일"피시만이 화면의 진실성에 대해 부인하지 않지만, 러시아 정부가 뉴스위크의 편집 방향을 바꾸려 마타 하리(Mata Hari) 같은 미인 스파이를 이용해 작전을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보도했다. 친정부 기관이 쳐놓은 '덫'에 걸려들었다는 것이다.

러시아 라디오방송 '에호 모스크바'도 "음모론이 일리가 있다"고 했다. 누군가 고의로 피시만 편집장의 마약 흡입과 매춘 장면을 촬영한 흔적이 짙다는 것이다. 피시만의 지인이자 반체제 정당 '야블로코'의 청년부장인 일리야 야신(Yashin)은 모스콥스키예 노보스티와의 인터뷰에서 "비디오에 나오는 여성 무무는 실명(實名)이 예카테리나 게라시모바이다. 나도 아는 사람이다. 비디오에 나온 아파트도 내가 가본 적이 있다"고 했다. FSB에서 근무했던 한 간부는 "야당 인사나 다른 나라를 길들이기 위한 전형적인 미인계 수법일 수 있다"고 이 주간지에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뉴스위크 러시아판을 출판하는 독일 기업은 "비판논조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에선 과거에도 당국의 미인계에 서방 외교관들이 망신을 당한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1968년 조프리 해리슨 당시 모스크바주재 영국 대사가 대사관 가정부 갈랴에게 유혹당해 본국으로 소환당한 사건이었다. 작년만 해도 영국 외교관 제임스 허드슨과 미국 외교관 카일 해처가 매춘부와 함께 있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돼 러시아에서 추방당했다.

한편 피시만과는 별도로, 야신은 교통신호를 위반했다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 경찰관에게 3000루블(약 12만원)의 '뇌물'을 건네다가 몰래 카메라에 찍혔다. 뇌물공여 비디오엔 블라디미르 푸틴(Putin) 총리에게 비판적인 정치평론가 드미트리 오레슈킨도 함께 등장했는데 두 사람은 "야당 인사에 대한 친정부 기관의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