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태양왕이고 참모들은 그의 시종들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취임 15개월째인 오바마 미 행정부의 외교정책 결정과정을 들여다본 후 내린 진단이다. 다른 한편 오바마 외교를 밖에서 조명한 격월간 포린폴리시(FP)는 "국제무대에서 단짝(global buddy)이 없는 외톨이(Mr. Lonely)"라고 평했다.
'태양왕(Sun King)'은 당대 귀족들을 제압하고 절대군주제를 확립한 프랑스 루이 14세를 가리킨다. 지금 오바마와 외교참모들 관계가 그와 비슷하다는 게 FT 분석이다. 백악관 중심 통치로 유명했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만 해도 '외교 전담 대통령'이 따로 있었다. 중국과의 수교 등 외교를 주도한 것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역임한 헨리 키신저였다.
오바마에겐 그런 걸출한 외교전략가가 따로 없다. 자신이 키신저다. 물론 직제상 외교안보팀은 있다. 하지만 사령탑에 해당하는 짐 존스(Jones) 국가안보보좌관부터가 '함량 미달'이란 평가다. 4성 제독 출신인 그는 관련 기관 간 중재에 취약하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그나마 목소리를 내는 편이지만 오바마를 견인하지는 못한다.
'1인 과부하'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그가 내치에 집중하면서 외교가 홀대받는다는 지적이 첫째다. 최근 오바마가 건강보험개혁에 올인하는 사이 외교는 사실상 공회전했다. 오바마가 외교로 눈을 돌리더라도 어느 하나에 집중하는 동안 다른 굵직한 현안들이 밀리거나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파열이 그 예다. 뒤늦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백악관으로 날아와 오바마를 면담할 때도 조지 미첼(Mitchell) 중동특사나 존스 안보보좌관은 없었다.
오바마는 의사결정 이전 폭넓게 의견을 듣는 것으로 전해진다. 학습능력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하지만 숱한 국제 현안에서 주요 변수인 미 외교가 아직도 '학습 중'이어서는 곤란하다는 게 FT 지적이다.
오바마로서는 외교에서 고민을 나누거나 짐을 덜 글로벌 파트너가 없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과거 주요 시기 미국 지도자들은 의기투합하는 상대가 있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전후 세계질서를 공동 재편한 이래 여러 지도자는 '환상의 복식조'를 이뤄 세계사에 획을 그었다. 그에 비하면 오바마는 쓸쓸하다. '맹방(盟邦)'이었던 영국이나 일본과의 관계는 최악 수준이다. 유럽연합(EU)도 그리스 구제금융 같은 역내 현안에 골몰한다.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G2라고 하지만 여전히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