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입적한 법정(法頂) 스님은 유언장 '남기는 말'에서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은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본지 3월 18일)

1976년 범우사가 펴낸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12일 서점가에서 일제히 품절됐다. 교보문고·영풍문고 등 시중 대형 서점은 물론이고 예스24·알라딘 같은 온라인 서점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자취를 감춘 건 '무소유'뿐이 아니다. 법정스님이 생전에 낸 책은 30종이다. 여기에 절판된 책을 합치면 모두 50종이 넘는다. 그러자 곳곳에서 법정스님의 중고책 값이 치솟더니 일각에서 투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23일 현재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서 '무소유'의 입찰가는 평균 3만~6만원대다. 초판의 경우에는 13만~15만원이다. 낙찰될 가능성은 없지만 일부 경매는 입찰가가 수백만원에서 20억원에 이르기도 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도 같은 날 오전까지 427건의 법정스님 중고서적이 거래됐다. '무소유'는 평균 2만5000원에 팔렸으며 최고가는 8만원을 기록했다. 5만원 넘게 팔린 책도 25권이나 된다.

헌책방 주인들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서울 금호동 헌책방 '고구마' 주인 이범순(55)씨는 "정도 차는 있어도 절판으로 값이 올랐다가 내리는 건 늘상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씨는 "법정스님의 저서는 국민적 관심사가 돼 특별하게 부각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씨의 책방에서는 법정스님이 입적한 지 3~4일 만에 저서 20여권이 모두 팔렸다. 이씨는 가격을 새책 값의 30% 이하 선에서 정하고 있다.

'무소유' 중고 시세가 올라도 이씨는 그 책을 1500~2500원에 팔았다. 이씨는 "1970년대 말에는 불온서적으로 판매 금지됐던 김지하·정지용·김기림 시인의 책 역시 엄청난 값에 거래됐다"고 했다.

"특히 김지하가 대단했어요. 청계천 주변 헌책방에서 정지용·김기림 책은 당시 1만원대, 김지하 책은 2만~4만원대에 팔렸어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에도 그들의 헌책 값이 직거래 사이트에서 2배 정도 뛰었다고 한다. 인천 배다리 골목의 '한미서점' 주인 장경환(76)씨는 "소설가 최명희의 10권짜리 '혼불'은 판권 문제로 2005년부터 4년간 절판된 적이 있다"며 "정가가 7만~8만원이던 게 당시 10만~15만원까지 올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