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섭 호산나교회 입양 목사

부산 여중생 이모양 납치 살인사건이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 던진 과제도 많지만 특별히 입양 관계자와 입양 가족들에게 끼친 부정적인 영향은 막대하다. 매체마다 용의자 김길태가 입양인이라고 연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런 보도를 접하면서 입양 가족들은 분노를 느끼기까지 했다.

김길태가 입양인임은 사실이다. 그러나 범죄 용의자를 꼭 입양인이라고 밝혀야 했을까? 꼭 양어머니 양아버지라고 칭해야 했을까? 과연 그게 바른 지칭일까? 범죄 사건과 관련해 '입양'이라는 사실을 꼭 밝힐 필요가 없음을 관계자들은 명심해 줄 것을 당부한다.

먼저 김길태라는 사람의 특징 중 그가 입양인이라는 것을 부각시키는 것은 바른 보도는 아니다. 또한 언론·방송 같은 매체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 입양 가족은 사회의 소수이며 부정적인 편견 속에서 살고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낳아준 부모와 살지 못하는 입양인이나 사랑의 마음 하나만으로 어려운 결단을 한 입양 부모도 우리 사회에서는 약자이다. 약자가 의기소침해지고 이웃의 시선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 주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자라고 있는 입양아들에게 끼칠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생물학적인 부모와 헤어져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상처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긍정적인 자아상, 높은 자존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신의 롤 모델이 될 만큼 잘 성장한 입양인을 만나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데 사회의 지탄을 받는 범죄자 입양인이 부각되는 것은 보도의 역기능이다.

그리고 입양은 법적으로 여느 가족과 다름없는 완전한 가족이다. 낳지 않았다는 것뿐 완전한 부모 자녀의 관계를 맺고 살아가니 입양 가족임을 굳이 밝힐 필요는 없다. 필자는 두 딸(아름 다운)을 낳아 기르다가 12년 전 돌이 된 쌍둥이 아들(대한 민국)을 입양해 가족이 되었다.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서류에 입양가족의 가장인 내가 네 자녀-아름 다운 대한 민국-의 아버지로 표기되어 있지 절대로 아름이 다운이의 아버지, 대한이 민국이의 양아버지라고 다르게 표시되어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렇게 불리는 것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 입양인 중에도 성공적으로 성장한 이가 많다. 입양 가족이라는 것이 어떤 사람의 특징으로 더 이상 각인되지 않기를 바란다. 성공적인 입양을 위해 입양기관을 통한 합법적 입양과 공개입양이 장려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