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에 정권을 잡은 히틀러는 독일에서 나치 프로그램으로 문화통합을 시작했다. 나치는 독일의 출판 산업을 통제하면서 사서들과 책 판매상들을 재교육시켰고, 나치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거나 이념적으로 잘못된 자료들을 도서관에서 없애버렸으며, 나라 안에서 지식을 다루는 모든 기관들이 나치의 비전을 널리 알리기 위한 자료를 생산하게 했다.

전쟁 중에 독일은 영국 전역에 걸쳐 50개의 주요 도서관에 공중 폭격을 퍼부어 2000만권의 책을 파괴했다. 폴란드에서는 독일 점령 기간 동안 학교와 공공 도서관 장서의 90%가 손실되었다.

이 책은 20세기에 있었던 '책의 학살' 사건을 다루고 있다. 미국 하와이 대학 문헌정보학과 교수인 저자는 20세기가 "서로 다른 세계관들이 대립하며 벌인 싸움으로 고통에 찬 시대였으며, 문헌 자료 파괴는 그 전쟁터에서 목적의식적으로 신중하게 계획하여 저질러진 일이었다"고 말한다. 극단적인 정권들이 자기네들의 신념과 다른 사상, 또는 그 신념을 위한 유토피아 건설에 방해가 되는 사상을 없애려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책의 학살(libricide)'이라는 용어는 '책'과 '죽임'의 개념을 결합한 단어다. 이 용어는 특히 20세기에 대규모로 저질러진, 정부가 승인한 책과 도서관 파괴를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저자는 책의 학살을 인종말살(genocide)과 문화말살(ethnocide)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한다. 다시 말해 책의 학살이 인종말살과 문화말살이라는 틀 안에서 일어난 종속적인 현상, 또는 부차적인 형태라고 주장한다. 문화말살이란 어떤 집단의 문화를 완전히 또는 상당 부분 없애버릴 의도를 갖고 저지른 특정한 행위를 가리킨다. 문화말살에 해당하는 행위에는 언어를 사용할 기회를 빼앗거나, 종교적인 실천을 막거나, 관습적인 방법으로 하는 예술 창작을 금지하거나, 기억과 전통을 보존하지 못하게 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저자는 20세기에 이뤄진 책 학살의 다섯 가지 실제 사례를 크게 다루고 있다. 나치가 유럽에서, 세르비아가 보스니아에서,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마오주의자들이 중국 문화혁명기에, 그리고 중국공산당이 티베트에서 책을 학살한 사건들이다.

중국 문화혁명 기간 동안 장서가 가장 위험했던 때는 1966~1968년 사이였다. 광저우(廣州)에 있었던 즈홍샨대학의 경우, 홍위병들은 먼저 서구 고전들을 몽땅 불태웠고, 그 다음에는 공산주의나 마오주의가 아닌 책들을, 마지막으로 건물을 불태웠다. 홍위병들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고문서 장서와 연구소, 도서관을 파괴했다. 장쑤(江蘇) 지방의 쑤저우(蘇州) 중등학교에서는 900년 역사를 가진 학교와 10만 권의 책을 하룻밤에 잃어버리기도 했다.

진시황의 분서갱유처럼 책의 학살은 고대에도 존재했다. 아랍이 이집트를 정복한 뒤인 서기 640년에 칼리프였던 오마르는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만일 그리스 저작물들이 신의 책과 일치한다면 그것들은 쓸모없는 것이며, 따라서 보존할 필요가 없다. 만일 일치하지 않는다면 간악한 것이니 없애버려야만 한다." 그리하여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있는 필사본들을 가져다가 도시에 있는 목욕탕 4000개를 데우는 연료로 썼다.

조직적으로 방대한 분량의 책을 없애버리는 것은 책과 도서관이 단순한 문화유산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를 담은 목적지향적이고 유기적인 생명체이자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도서관과 장서의 파괴를 "그 집단의 문화 발달을 총체적으로 방해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자기 존중감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규정한다.

그런 이유에서 저자는 그것을 막을 국제적인 협약 또는 제도의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문제는 책과 도서관에 대한 파괴를 금지하고, 파괴하면 책임을 지도록 강제하는 일에 대해서 국제적인 공감대가 얼마나 충분하냐는 것"이다.

방대한 자료를 인용하고 있는 이 책은 20세기에 국가주의·공산주의·민족주의 등의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인간 정신을 황폐화시켰는지를 책의 파괴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