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심판에겐 빵을 맡길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2008년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지난해부터 U(대학)리그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22개팀에서 올해는 66개팀으로 규모가 커졌다. 권역별로 대회가 진행된다. 초중고 주말리그도 지난해 온전하게 정착시켰다는 자체판단을 하고 있다.
문제는 심판이다. 단일대회가 아닌 주말과 주중리그제로 바뀌면서 더 많은 심판이 필요하게 됐다. K-리그 심판의 경우 그나마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지만 아마추어 경기 심판은 교통비와 식비를 빼면 일당 몇 만원이 전부다. 그나마 대회도 띄엄띄엄이다. 심판들이 돈의 유혹을 견디기 더욱 어려워졌다. 주말리그라고 해서 승패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왕중왕전 등 상위리그로 올라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진다.
유럽 축구선진국 유소년리그 심판의 경우 원래 직업을 가지면서 자신의 명예를 위해 그라운드에서 휘슬을 분다. 한국과는 다르다. 민병직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사회적인 구조 문제로 봐야 한다. 그냥 한번 일회성으로 일어난 해프닝으로 일축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안된다. 그냥 놔두면 축구계 전반을 흐트릴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이런 풍토에서 자란 학생 선수들이 커서 A매치도 뛰고, K-리그에서도 뛴다. 특히 심판문제는 더 민감하다. 성적에 안달나 있는 지도자들로 넘쳐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심판개혁이야말로 핵심중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민 위원은 "축구협회가 직접 나서 심판의 보수와 직장문제, 생활체육과의 연계 등을 다방면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축구협회의 안이한 상황인식
축구협회는 올해초 우수 지도자 및 심판양성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는 '장밋빛' 비전2010을 발표했다. 우수심판 자원확보와 확실한 교육을 약속했다.
축구협회는 19일 문제를 일으킨 김 모 고려대 전 감독과 비리 심판들을 엄벌에 처하기로 했다. 이들은 조만간 상벌위에 회부된다. 상벌위원회 규정을 보면 심판의 금품수수는 자격정지 5년에서 영구 제명까지 가능하다. 사회적인 물의를 감안하면 영구제명 가능성이 높다. 김 모 감독 역시 지도자로서는 재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일벌백계만으로는 재발을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3년 전에도 금품수수를 한 심판에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더 큰 대규모 비리로 증폭됐다.
축구협회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월드컵과 A매치에만 정신을 쏟기 때문에 학원축구까지는 지휘감독의 입김이 닿지도 않는 상황이다. 이번에는 심판배정을 하는 축구협회 고위관계자까지 연루됐다. 할 말이 없게 됐다. 적당히 징계만 내리고 여론이 잠잠해질때까지 기다려서는 안될 사안인 셈이다.
2005년 독일도 심판의 승부조작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독일월드컵을 1년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 더욱 그랬다. 독일축구협회는 확실한 내사를 통해 검찰조사를 도왔다. 독일축구의 '황제'로 불리는 프란츠 베켄바우어 독일축구협회 부회장이자 독일월드컵 조직위원장이 직접 나서 사태를 수습했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의 중대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