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를 총괄하던 박남기(76)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화폐개혁 실패의 희생양으로 최근 평양에서 총살됐다는 설(說)이 제기돼 정부 당국이 18일 확인에 나섰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박 전 부장은 화폐개혁 실패로 주민 불만이 폭발하고 김정은 후계 작업에도 악영향을 주자, 이달 초 평양시 순안구역의 한 사격장에서 총살됐다고 한다.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라디오방송인 '자유북한방송'도 이날 함북 청진시 통신원을 인용해 "화폐개혁을 주도한 박남기 전 부장이 이달 초 모든 책임을 지고 총살됐다는 소문이 평양에서 나돌기 시작해 지방으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보 당국자는 "그런 소문(총살설)이 계속 들려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은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하던 1997년 9월 서관히 당 농업담당 비서를 '미국 간첩'으로 몰아 평양에서 공개 총살해 민심을 달래려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 총살설도 개연성은 있다"(안보부서 당국자)는 관측이다.
이처럼 북한 경제 관료 중에는 정책 실패 등의 책임자로 몰려 목숨을 잃은 경우가 적지 않다. 1991년 시작된 나선(나진·선봉) 경제특구를 지휘했던 김정우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장(장관급)은 시장경제 도입을 주장하다가 1998년 이후 행방불명됐다. 그 뒤를 이은 김문성 무역성 부상도 부패 혐의로 2001년 총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표적 경제 관료였던 김달현 부총리의 경우, 1992년 서울을 방문하고 돌아가 개방을 언급했다가 이듬해 공장 지배인으로 쫓겨난 뒤 2000년 자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0년대 남북 경협의 책임자였던 정운업 민족경제협력위원장도 2008년 말 부패 혐의로 숙청됐다.
한편 '박남기 총살설'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 소식통은 "화폐개혁 100여일 만에 쌀값이 60~70배 폭등했고 그마저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춘궁기까지 겹쳐 일부 지역에선 아사자가 나오고 있는데 누구 하나 없앴다고 주민 불만이 수그러들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부장은 1984년 당 경공업 비서, 1986년 국가계획위원장 등을 맡으며 20년 넘게 '경제 사령탑' 역할을 했다.